여행 작가의 글을 읽고.
남문시장 네거리 모퉁이에 있는 중고서점에서 한 묶음 책을 샀다. 벼르고 별러 갔다. 여유 있게 시간을 내고, 차를 안전한 곳에 주차하고 한참 걸어 서점에 들어섰다
“여행 관련 책은 어디에 있나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끝 쪽을 보세요.”
계단을 따라 빼곡한 책장들 속에서 철 지난 책을 골랐다. 제목을 먼저 보고 작가를 보고, 프로필과 이전에 출간한 책을 살피고, 목차를 쭉 읽다 공감 가는 작은 제목을 발견하면 조금 읽어보기도 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한참을 매달렸다. 열다섯 권을 들고 내려왔더니 서점 주인이 심사하듯 말했다.
“자. 어떤 걸 골랐는지 한번 볼까요”
왠지 자세를 바로 하고 두 손마저 공손하게 모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심사를 마친 책들을 깨끗이 닦아 책장에 꽂아두고 흐뭇한 미소로 바라본다.
두 주 동안 일곱 권의 책을 읽었다. 그러던 사이 작가의 다른 책을 검색해서 또 주문을 했다.
김민철 작가, 오소희 작가, 변종모 작가. 나는 결코 이들처럼 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그보다 이들처럼 여행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여행에 대한 욕망이, 간절함이, 이들과 같지 않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는다. 나는 나의 감성이 있고 나만의 길과 계절이 있다. 이들의 여행과 글을 통해 배운 지혜일지도 모른다. 책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 갈증을 느끼게 하고 그것에 반응하도록 끊임없이 설득한다.
와닿는 문장에 줄을 치다 말고 노트북을 열었다. ‘윤슬책방’에서 읽었던 작가님의 책들이 뜬금없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여러 군데 심하게 줄이 쳐져 있고, 귀가 접혀 있고, 메모가 달린 책들. 처음 봤을 때 그것들은 진열장에 예쁘게 ‘장식된 책’이 아니었다. 작가의 삶과 혼신의 땀이 문장으로 옮겨진 진짜 ‘글’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고, 가던 길을 멈추게 하고,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게 한다. 다시 스무 살이 되고 싶게도 하고, 멋진 일흔을 꿈꾸게도 한다.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것들이 사랑스러워지고, 사소한 일상이 문득 행복해지는 기적을 맛보게도 한다.
‘글이란 이런 것이구나. 책이란 이래야 되는 것이구나.’
블로그 화면의 소개 글을 바꿨다.
‘책을 읽고, 가끔 글을 쓰고, 그리고 여행을 떠난다.
오래 살아도 늙지 않기를, 열정만은 청춘이기를 꿈꾼다.'
멋진 여행가가 되고 싶다.
넘치는 감정들을 글로 잘 풀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고, 먼저 내가 내 글들로 인해 변했으면 좋겠다.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