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건달처럼...

by 다섯시의남자

중년, 건달처럼...



‘주말만 되면.’

‘이번 일만 끝나면.’

‘다음 달까지만 견디면.’


파도처럼 쉼 없이 밀려오는 ‘이번’의 과제들 속에 끝없이 내 꿈이 유보되고 있다.

바다에 떠 있지만 거센 파도 앞에 결국 나가지 못하는 작은 배처럼 속절없이 묶여 있고 그래서 존재 의미를 잃어가는 슬픈 배가 되고 있다.


오십을 넘기고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은퇴 후의 기간을 어떻게 살 것인지 리허설을 하는 시기라 생각한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본다. 지금은 실수해도 되고 틀려도 상관없다. 어차피 실감 나게 해야겠지만 리허설이니깐.

그렇지만 자꾸 잊어먹는다. 자꾸 이전의 습관에 매여 조급해진다.

진짜 막이 오르기 전, 지금 도전해야겠다.



베트남 항공권을 예약했다.

혼자고 또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지만 걱정은 없다.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정보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결단이 필요하다. 정보란 것도 생각을 거치지 않으면 절대 내 것이 될 수 없다. 생각하고 선택하고 움직이는 것만이 유익한 정보가 된다.


며칠 떠났다고 확 달라지기야 하겠냐마는 씨를 뿌리는 심정으로 떠난다. 작은 몸짓이 언젠가 나를 변화시키고 주위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담아본다.

그곳에서 자유롭게 사유(思惟)에 빠지고 싶다.

마치 건달처럼.



* <건달>은 힌두교와 불교에서 말하는 상상적 존재인 ‘간다르바’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간다르바’는 음악을 사랑하며 향기를 먹고사는 자유로운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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