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중에

by 다섯시의남자

각중에


‘각중에’라는 말이 있다. ‘갑자기, 뜻밖에, 미처 예상하지 못한 사이에’ 같은 뜻을 가진 경상도 방언이다.

“니는 각중에 뭔 이민을 간다 그카노?” (뭐 이런 건데 무슨 뜻인지는 아실 테죠...)


일본에 가면 스테이크 전문점이 많다. 그중에 ‘이키나리 스테이크’(いきなり ステーキ)라는 체인점이 있다. 어느 동네나 하나씩은 있을 만큼 유명하다.

‘이키나리’는 ‘갑자기, 돌연, 느닷없이’라는 의미가 있다. 명사로는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행동함’이라는 뜻이다.

길 가다 뜬금없이 “어라. 스테이크 집이네. 한 번 들어가 볼까“ 같은 느낌이다.


나는 꼼꼼한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무계획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다. 늘 계획적으로 움직인다는 것 또한 피곤한 일이기에 각중에 뭔가를 한다는 건 삶의 상당 부분 활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틀림없다.

친구 중에 계획대로만 사는(살려고 노력하는) 친구가 있는데 만나고 나면 늘 ‘니도 참 갑갑한 인생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나처럼 사는 것이 옳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 다양하게 살아보자는 것이지.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를 피해 카페에 들어왔다. 요즘 날씨는 동남아도 아니고 자주 소나기를 만난다. 다행히 급한 일정이 있는 게 아니라서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잠시 책을 읽고, 메일 확인하고 전혀 궁금하지 않았던 뉴스도 휘적휘적 뒤졌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이렇게 아무 말이나 적고 있다.


살다 보면 무슨 일이든(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예고 없이 각중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상황에 너무 함몰되지 말고 잠시 쉬었다 가자. 좋은 일이라도 잠시 진정하는 것이 현명할 때가 많다.


소나기나 처음 만난 조용한 카페나 그로 인한 한가로운 상상이나, 각중에 만난 풍경이 여유를 가져다준다. 사진 폴더 속에 있는 아이의 어릴 적 환한 웃음을 꺼내보는 느낌이다. ‘행복한 하루구나’싶다. 참 평화로운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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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_거리_내게_말을_건다

#여행인_듯_일상인_듯

#그렇게_여행은_일상이_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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