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에서의 정탐 생활

by 다섯시의남자

마닐라에서의 정탐 생활.


필리핀 마닐라에 와서 두 번째 주일을 보냈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한국은 가을과 초겨울의 날씨를 경험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여기는 여전히 여름이고 간혹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주일 2부 예배 후에 4주 과정의 새 가족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첫째 주에는 주기도문에 대한 강의를 들었고 이번 주는 ‘마닐라새생명교회’의 역사와 비전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이민사회에서의 어려움과 지난 세월 동안 하나님의 은혜에 관한 얘기를 듣자니 한국의 편안한 신앙생활 중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하나님의 간섭하심을 깨닫게 되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남은 2주간의 교육이 끝나면 부서를 선택해서 봉사를 할까 합니다. 성가대도 관심이 있고 선교부도 섬기고 싶은 마음이 있어 고민하고 있습니다(아마도 성가대로 갈 것 같습니다만)


2주간의 정탐을 통해 인근 지역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있는 알라방 지역은 고급 주택 빌리지가 이어져 있고 여러 개의 쇼핑몰이 있는 곳입니다. 그렇지만 거대한 쇼핑몰과 빌리지 사이사이에 양철판을 이어 만든 것 같은 필리핀 서민들의 공동주택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차를 운전해 가다 보면 어린아이들과 어린 부모가 창문을 두드리며 구걸하는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인근 몰리토(Molito Lifestyle Center)의 레스토랑에서는 이들 가족의 한 달 생활비만큼이나 비싼 식사비를 아무렇지 않게 지불하는 사람들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마닐라는 제가 처음 방문해 한 달 살이를 하던 15년 전과 비교하면 외형적으로 엄청나게 발전했습니다. 마카티(Makati)와 보니파시오(Bonifacio)의 높은 빌딩 숲은 대구에서 온 저마저 주눅 들게 할 만큼 거대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들이 남아 있습니다. 전 국민 모두의 생활방식이나 시민의식 같은 것들이 바뀌기는 어려운 것이겠지요.


아침마다 창밖을 바라보면서 여기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뭘 하고 싶은지, 또 뭘 하게 될지 생각합니다.

분명한 목적 없이 왔다는 것이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여러 가능성 앞에 자유로울 수 있다는 설렘에 가슴 벅차기도 합니다.


저는 여러 동지들의 기도와 염려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당분간은 한두 달에 한 번씩은 한국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 봬도 반갑겠지만, 언젠가 마닐라 현장에서 여러분을 만날 수 있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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