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할 때 존재한다

by 다섯시의남자

인지할 때 존재한다.


주유소에 들렀다. 한국에서는 3년 넘게 전기차를 타던 터라 기름값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동대구 IC 인근에 있는 저렴한 주유소 앞에서 길게 줄을 서있는 차량을 볼 때도 ‘왜 저러고 있나... 저렇게 기다리는 게 기름 더 들겠네...’라는 생각만 했지 기름값이 얼마인지는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관심 밖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마닐라에서 처음 기름을 넣을 때는 ‘기름 넣기 미션’을 성공하기에 급급해 금액을 볼 여유가 없었다. 며칠 전 시외로 조금 나가는 길에 두 번째 기름을 넣으려고 둘러보다 알았다. 주유소마다 가격이 꽤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내가 들른 주유소는 shell이라는 브랜드였다. 주유를 하기 전과 하고 나서도 여러 주유소를 봤는데 이 주유소가 다른 곳에 비해 평균 15% 이상 비싸다. 원래 비싼 회사인 듯하다. 이제는 습관적으로 주유소가 보이면 얼마인지 확인한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인지하는 순간부터 보이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주간보호 센터에 다니고부터 동네마다 골목마다 주간보호 센터 차들이 이렇게 많이 다닐 줄은 몰랐다. 노란색 어린이 차량보다 비교가 안 되게 많다. 수십 년 전에 유학을 준비할 때도 동성로 시내에 있는 건물들 맨 위에 층은 거의가 유학원이었다. 여기저기 상담을 다니면서 그 사실에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

그뿐이 아니다. 차량 미터기 마지막 숫자는 내가 볼 때마다 44 아니면 55 같은 숫자가 나란히 나타나고 주차장에 들어설 때마다 딱 주차하기 좋은 위치에 틀림없이 자리가 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내가 그렇게 인지하는 순간 그런 현상에 대한 기억이 선택적으로 선명히 각인되어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인식되는 게 아닐까 싶다.


인지를 어떻게 하느냐는 그 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연결이 된다.

지레 포기할 것인지 실현 가능한 꿈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따라 내 행동이 결정되지 않을까.

스포츠 경기를 볼 때 이미 결론을 알고 보는 재방송이라면 아무리 어려운 고비가 와도 결과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문제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 주변에 머문다면, 그럼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이루어진 결과만이 각인되어 “될 놈 될”(되는 놈은 반드시 된다)으로 인정되지 않을까 싶다.

확률을 오해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분명 그렇겠지만) 긍정적으로 인지한다는 것은 힘이 있다. 이루어지기 까지 웬만해서는 포기하지 않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내가 ‘될 놈’에 속했다는 확신과 태도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 사진은 마닐라 알라방에서 실랑으로 내려가는 길에 찍은 것이다. 꽤나 시골인 것 같은데도 스타벅스나 버거킹, KFC 같은 것이 늘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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