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프(Hump) 과속 방지턱

by 다섯시의남자

험프(Hump) 과속 방지턱



마닐라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장애를 만나게 된다. 운전을 하기 전에는 지프니나 트라이시클, 오토바이 같은 것들이 걱정이었는데 실제로 운전을 해 보면 그런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질서해 보이는 도로 상황이지만 막상 들어가서 섞여 다니게 되면 자연스레 흘러갈 수 있다. 그보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만나게 되는데 그건 바로 과속방지턱 ‘험프’다.

험프는 모양부터가 대단하다. 가래떡을 반으로 잘라 바닥에 붙여 놓은 것 같다. 높은 게 문제가 아니라 볼록하게 도두라 져서 마치 인도 경계석을 올라타는 기분이다. 작지만 확실한 충격을 준다.

포르셰 같은 차체가 낮은 스포츠카가 다니는 걸 이따금 볼 수 있는데 그런 차들은 도대체 어떻게 나왔을까 의아하다. 어쩌면 차주들은 한 바퀴 돌 때마다 범퍼(bumper)를 갈아 끼우는 걸 당연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집을 나서면서 ‘잠시 친구 만나고 와서 범퍼나 갈아야겠네...’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 내비게이션이 보니파시오나 마카티 같은 곳의 깔끔한 도로로만 다니게 설정되어 있을 수도 있겠네.


처음 왔을 때 운전을 급하게 한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내 딴에는 속도를 줄인다고 줄였지만 험프의 각도가 워낙 가팔라서 충격이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거의 완전히 서다시피 해야 자연스레 넘어갈 수 있다.


사실 오래된 도로가 많아 굳이 험프가 없더라도 빨리 달릴 수 없다. 곳곳의 파여진 도로들이 험프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인트도 차량 진행 방향으로만 칠이 되어 있고 또 벗겨진 곳이 많아 잘 보이지 않기도 한다.

여기에 비해 우리나라의 과속방지턱은 부드럽기 그지없다. 마치 해수욕장에서 튜브에 몸을 맡기고 파도를 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정리하자면(이게 굳이 정리까지 할 일인가 생각되기도 하지만) 필리핀의 험프는 크기와 상관없이 볼록하니 예고 없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 있다. 거칠고 가파르다. 특히 밤에 운전을 할 때면 언제 험프가 나타날지 모르니 잘 살펴 가며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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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인_듯_일상인_듯

#괜찮은_하루

#낯선_거리_내게_말을_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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