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
6시 30분쯤 되면 아침 햇살이 침대 가장자리까지 스멀스멀 밀려온다.
그 빛에 끌려 일어나 조용히 길 위에 선다.
아침 산책으로 빌리지를 걷는다.
집은 빌리지 입구와 가까운 곳에 있다. 대문을 나서면 길이 세 갈래로 나뉜다.
중간 길을 두고 우측으로 돌면 짧고, 좌측으로는 좀 더 길다.
좌우로 한 바퀴 빠른 걸음으로 돌면 얼추 30분이 걸린다. 집집마다 심은 놓은 나무며 꽃이며 풍경들을 찬찬히 감상할라치면 한 시간 정도 걷게 된다.
이사 온 지 한참이 지나서야 산책을 시작했다.
이삿짐을 풀고 집이 이제 겨우 익숙해졌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길에서 몇 사람을 마주친다. 서로 가벼운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고개만 끄덕이기도 한다.
아때들의 비질하는 소리며 쿠야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빌리지의 아침을 깨운다.
그동안은 우측으로 시작해 길을 나섰다. 그러다 오늘은 무심하게 좌측으로 걸음을 옮겼다.
같은 장소인데도 걷는 방향에 따라 낯선 집들이 나온다. 내가 정말 이 길을 걸었던 게 맞나 싶다. 방향이 달라지니 풍경도 달라진다.
이제껏 보지 못한 나무와 처음 만나는 사람들. 문득 내가 한쪽만 보고 그것이 전부라고 믿으며 지나쳐온 것들이 많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풍경만 그랬을까
사람도,
시간도,
나 자신도,
어쩌면 다른 방향에서는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아침 산책길에 허튼 생각들이 스친다.
#여행인_듯_일상인_듯
#다섯_시의_남자
#마닐라_일상
#낯선_거리_내게_말을_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