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한다
잠시 한국에 들어와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마닐라에서 어찌 지내나 몹시들 궁금해한다.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거기서 뭐 하세요?”이다.
“아침에 산책하고 차 마시고 오전에 책 읽고, 생각나는 대로 끌쩍끌쩍 메모도 하고, 그러다 오후에는 시원한 쇼핑몰에 가서 걷기도 하고, 얼마 전에 차를 사고 나서는 인근 시골 마을까지 가기도 하고...”
이렇게 주섬주섬 늘어놓지만 생각해 보니 뭘 하고 지내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걷기도 중요한 일이다.
교민들은 하나같이 "왜 그런 짓을?" “그러다 폐렴으로 죽어!”라며 말린다.
도로변을 따라 걷다 보면 지푸니와 트라이시클의 매연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람 사는 세상, 골목을 탐험하기에는 이만한 설렘이 없다.
가끔은 뭔가를 열심히 해야 하나 싶은 착각이 들 때도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아무거나 열심히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내 속도대로 내 방향으로 천천히 흐르게 놔둔다.
곰돌이 푸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Doing nothing often leads to the very best of something"
아무것도 안 하진 않는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열심히 비켜서고 있다.
#마닐라_일상
#여행인_듯_일상인_듯
#낯선_거리_내게_말을_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