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땅 보러 다니기입니다만.
집 짓는 것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땅 보는 재미가 늘었다.
"여기라면(대중교통이나 접해 있는 도로 상황, 주변 아파트 시세, 학군과 편의시설 등을 봤을 때) 평당 칠백 정도가 적당할 것 같은데…" 같은 나름의 기준이 생겼다.
그동안 둘러봤던 땅들이 엄청나게 올라버린 것을 두고, 수도 없이 아까워 죽겠다는 무용담(?)을 되풀이했었다.
그렇다고 '좋은 땅을 발견하면 땡 빚을 내서라도 산다…'는 아니다. 그건 투기에 가깝다. 물론 살짝 아쉽긴 하겠지만 미련은 없다.
땅 보러 다니기는 일종의 취미 활동이다. 생각보다 재밌다. 계약금이라도 준비하고 다니면 더 실감 나겠지만 말이다. 그러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 익힌 기술을 써먹을 수 있다면 이 또한 노력의 대가로 생각할 수 있다. 이 정도는 투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지나치다. 다만 시세차익만을 노리고 사지는 않아야겠다는 기준은 있다.
후배가 집 지을 땅을 찾는다기에 주말을 다 바쳐 같이 돌아다녔다. 수수료를 받는 것도 아닌데(밥은 얻어먹었다) 열심을 냈다. 오히려 내가 하나만 더 보자고 부탁했다.
재밌으면 피곤하지가 않다. 배낭여행 다닐 때 새벽부터 무거운 배낭 메고 파스 붙여가면서 다녀도 신나는 이유와 같다.
지나가다 ‘매매’ 팻말이 있는 물건을 발견하면 일단 전화를 해 본다. ‘여긴 얼마 정돈가?’ 하는 호기심 때문이다. 오지랖이 넓어서 그렇다. 학교 다닐 때 이런 호기심을 공부에 쏟았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계약을 막 하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도 취미 삼아 여기저기 기웃거려는 본다. 취미로 하는 것은 결코 ‘무리’하지 않는다. 결과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다. 아쉬울 때도 있겠지만 좌절하지도 않는다. 다치는 사람도 없다. 그게 취미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돈 되는 땅도 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정말 좋은 땅도 있다. 땅 보러 다니는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는 그렇지만 이것도 신념을 가지고 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재화의 가치로만 판단하거나 환금성만 따진다면 사는 게 너무 편협하고 초라해질 것 같다.
내가 먼저 좋은 이웃이 되고, 좋은 풍경이 되고, 좋은 문화를 만들어 가고자 힘쓴다면 지금 살고 있는 곳만큼 좋은 땅은 없다고 생각한다.
뽀족한 눈으로 보지 말기 바란다. 내가 땅 보러 다니는 건 어디까지나 호기심에서 비롯한 취미생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