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값
요즘은 뭘 먹고 나면 소화가 잘 안된다. 내시경 검사에서 별 이상은 없었지만 이러다 큰일 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든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니 속이 더 답답하다. 나이를 위장으로 먹은 것도 아닌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불편하다. 마음은 10년 전과 다를 바 없는데 볼살이 쳐지더니 뱃살과 근심과 잔소리까지 늘었다.(꼰대로 변신 중이다)
문득 ‘나잇값’이란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단히 쓰는 말에 어원이 궁금했다. 사전에는 <나이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이라고 한다. 상세 지침을 알려주면 좋으련만 사전 어디에도 없다. 그저 ‘값을 하라’는 예문만 즐비하다.
‘나는 나잇값을 하고 있는가?’
나이에 어울리는 말투, 표정, 시선, 태도 등에 대한 나름 기준이 있으면 좋겠다. 아니면 광범위하게 조사해서 자료를 만들고 공청회도 열고 실험도 하고. 자료가 섬세할수록 결과는 더 정확해지지 않을까.
그럼 수치로 딱 정해진 나잇값을 가지고 정상에서 벗어나면 경고를 주고, 교육을 받게 하거나 약을 복용하거나 해서 전 국민이 나잇값을 다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만드는 거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지며 평화로운 세계가 만들어지는 기초가 아닐까.
법이 세워지기 전에는 위법한 것이란 없다. 법이 만들어지고서야 기준을 벗어난다는 개념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 법의 울타리 안에서 진정한 자유가 주어지는 것이다. 구속이 없는 곳에서는 자유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민 모두가 나잇값을 잘 하고 살아간다면 한심하게 보는 일도, 불쌍하게 보는 일도 없지 않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이 자꾸 나잇값을 못한다고 하면 우울해진다. 우울감에 빠져 스스로 한심하고 불쌍하게 느껴 버리는 것이다.
나이란 것이 따지고 보면 생물학적 나이가 있고, 마음의 나이가 있다. 그런가 하면 사람의 역할이 나이를 넘어선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단순히 나이에 따라 값이 정해진다면 나 같은 경우는 억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난 실제 나이보다 철이 덜 든 경우다)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나잇값을 못하고 있는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