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겠다는 생각

by 다섯시의남자

책을 쓰겠다는 생각



꿈꾸는 일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사모할 수 있다면 언젠가는 일어난다. 기우제를 지내듯 이루어질 때까지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쓰겠다는 생각을 처음 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다. 성적이 되지 않아 일반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못 한 아이들만 모아놓은 곳이어서 사건사고가 일상으로 일어났다. 미담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했다. 고등학생이 경험하기 어려운 일들을 너무 많이 보게 되었다. 졸업을 하면서 이 얘기는 꼭 책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그 얘기를 하고 다녔다. 주변 사람들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얘기들이라 신선했을 것이다.

그러다 영화 ‘친구’가 나오고, 유사한 소재의 영화나 시나리오가 넘쳐 나면서 식상한 주제가 되었다. 무엇보다 실제 겪은 일이었지만 듣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허구로 받아들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현실감이 없는 상상에 가까운 것이었다. 로또에 당첨되고 싶다거나 우리 집이 재개발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비슷한 정도다. 로또를 거의 사지 않은 것처럼 글도 전혀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10년 전에 친구가 책을 냈다. 한 권 사서 사인을 받으면서 나도 책을 쓰고 싶은 꿈이 있었다는 얘기를 했더니 그 친구가 담담하게 그냥 쓰면 된다고 한다. 우선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라고 했다. 그 친구 말대로 블로그를 만들고 가끔 글을 썼다. 4년 전쯤에 혼자만 보던 블로그를 공개로 전환했다. 발가벗고 대중 앞에 선 것 같은 부끄러움과 불편함이 있었지만 다행히 내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지금도 내가 의식할 이유가 전혀 없을 만큼 들어온다. 쓴 글에 헤시테그도 달지 않고 홍보도 안 한다. 그저 글을 쓰고 올리고, 기록만 할 뿐이다.


몇 년 전에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정확히는 ‘기록 디자이너’ 수업이었다. 기록을 디자인한다고 하는 것은 기록을 통해 삶을 계획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래전 꿈을 이어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 아닌 사람이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내 글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이면서도 책임감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글이 쌓이면서 내 글처럼 내 삶이 진화해 디자인되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글이 내게 영향을 미치고, 읽는 이로 하여금 내 진심이 전달되게끔 해야 했다.


은퇴할 나이가 지나면서 무료했던 일상 속에서 다시 꿈을 발견한 것 같았다. 발견했다 기보다는 발전되어졌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이다.

책 한 권 내는 것이 꿈이었다가, 책을 통해 주변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커지게 된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취미는 땅 보러 다니기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