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행복할 것.

by 다섯시의남자

여기서 행복할 것.



주말이 거의 지나고 있지만 조급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내일 아침도 나는 여행지에서 눈을 뜰 것이기 때문이다. 월요일이지만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고 전화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일상을 여행처럼 산다고 하지만 여행지에서 현실을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아무 일도 없이 괜히 가슴이 벅차오른다. 모든 것이 설렌다. 완벽한 여행이란 내가 여행 중임을 수시로 깨닫는 것이다.



아침부터 카페에 앉아 책을 읽는다. 책이야 집에 있을 때 읽지 여기까지 와서 카페에 앉아 시간을 죽이는 것이 옳은가 생각할 수도 있다. 불과 몇 년 전이었다면 당연히 나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러려고 여행을 온 거다. 낯선 곳에서 내 몸이 서서히 동화되기까지 그저 어슬렁거리는 게 좋다. 아침 산책을 하고 카페에서 책을 읽고, 길거리 음식을 먹고 풍경을 그리듯 글을 쓰고, 그리고 또 어슬렁거리고 싶다.


여기서 행복할 수 있다면 일상에 돌아가서도 여행처럼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바쁜 일상에서는 도무지 배우지 못한 것이 있다. 즐기는 법을 익히는 곳이 여행지일지도 모르겠다. 오래도록 한 곳에서 하나를 깊게 바라보고 다시 오지 못할 곳처럼 눈에 새겨본다. 사진만 찍고 돌아서는 관광객이라면 보지 못할 것을 담는 법을 익힌다. 느리게 시간이 흐르는 것을 지켜본다. 여행이기에 해내는 일들이다.

가만히 있자. 성급하게 장소를 옮기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한곳에서 조용하게 있어보자. 그곳이 주는 행복한 에너지를 혹시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행복은 전념성이 있어 쉽게 퍼져가고 그러다 보면 여행처럼 일상에서도 행복해지는, 늘 상 행복한 여행자로 살 수 있게 될는지도 모른다.


어느 여행자가 말했다

여행은,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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