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하지도 않고 미식가도 아니지만

by 다섯시의남자

고독하지도 않고 미식가도 아니지만



베트남 다낭 중심부에 ‘한시장’이 있다. 한강을 중심으로 서쪽 번화가에 있어 지역민뿐 아니라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많다. 주변에 한국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가게들이 줄지어 한글 간판을 걸어 놓고 장사를 한다.

아직까지는 코로나로 손님이 많지 않지만 확진자 수가 점차 감소하고 날이 추워지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다.


구글 정보에 한시장이 6시에 문을 연다고 해 시간 맞춰 왔지만 아직 1층에 있는 꽃 가게나 식료품 가게 몇 군데만 열었을 뿐이다. 커피를 한잔할까 생각하다 아침 일찍부터 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쌀국수 집에 들어가 그림만 보고 하나를 주문했다. 두리번거리고 있자니 옆 테이블 아줌마가 시킨 만두 같은 게 맛있을 것 같아 점원을 불러 추가로 주문을 했다. 음료를 마실 거냐고 묻길래 냉 녹차도 주문했다.

그 순간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이 생각났다. 옆 테이블을 보고 추가로 주문을 한다거나 항상 우롱차를 음료로 시킨다거나 하는 장면을 따라 한 것 같다.(주변을 보니 아무도 음료를 추가로 시키지 않는다. 그럴 분위기의 식당도 아니었다)

그러고 보니 가게에 들어올 때도 이전 같으면 어색해서 머뭇거릴 분위기였지만 고로상의 대사 “실패하면 어때, 후회하면 되지”라는 말이 떠올랐는지도 모르겠다.

결과는 실패도, 성공도 아니었다. 그저 든든한 아침을 먹었고 힘을 내 시장을 둘러봤다.


여행 중에는 그다지 음식은 신경 쓰지 않는다. 아침식사가 나오는 호텔이면 좋았고, 패스트푸드나, 누구나 다 아는 맛의 메뉴면 됐다. 줄을 서서 먹는다거나 찾아다니며 먹는 일은 없었다. 그 시간이 아까웠다.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하면 내 맘대로 할 수가 없으니 대충 상대에 맞춰 먹고 다녔다.

요즘은 아무려면 어떤가 싶다. 맛집 투어도 나름 의미 있는 여행인 것 같고, 새로운 메뉴나 식당을 개척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베트남의 따가운 땡볕에서 30분을 걸어 시장을 찾아온 것이나 에어컨이 없는 길거리 음식점의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거나 목적지 없이 멍 때리는 일도 나름 나쁘지 않다. 바쁘게 찍고 돌아와야 할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설사 있더라도 계획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그제서야 여행이 선물하는 일상의 ‘틈’이 소중해 보이기 시작한다.


‘여행인 듯, 일상인 듯’


여행가로 살아가기로 하면서 내세운 모토(motto)다. 거창하진 않지만 나만의 색을 발견한 것 같아 대견하다. 일상처럼 여행을 하고 여행처럼 일상을 살아간다면 매일 매 순간 행복에 가까운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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