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대로 나이 들어가겠다는 생각

by 다섯시의남자

내가 원하는 대로 나이 들어가겠다는 생각


“꿈꾸는 일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사모할 수 있다면 언젠가는 일어난다. 기우제를 지내듯 이루어질 때까지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태풍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지금, 나는 이곳 베트남에서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앉아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다. 덥다는 것도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된다는 걸 알았다. 영하 27도의 시베리아에서도 그랬듯 체감온도 39도인 지금 이곳에서도, 미세한 바람만 불어도 거기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금광을 캐듯 발견할 수 있는 원리만 익히게 된다면 일상에서 얼마든지 채굴할 수 있는 것이 행복이란 걸 검증해가고 있다.


다낭으로 짧은 여행을 와서 관광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가능하다면 이 동네를 벗어나지 않고 며칠을 이러고 싶다. 낯선 동네를 두 시간 정도 걷다 보면 이들의 삶을 조금 엿볼 수 있게 된다.

세상이 넓다는 건 당연한 얘기지만 같은 지역에서도 사람마다 다른 안경을 끼고 있다. 잘 알면서도 깜짝 놀라게 된다. 이들 얘기기도 하지만 내 얘기기도 하다. 둘러볼수록 오히려 내가 더 잘 보인다. ‘내가 이랬든가’ 하는 일이 자꾸 생긴다. 이래서 여행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나이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십여 개의 명함을 갈아치우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일은 주변의 시선이었다. 그런 것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성향이지만 똑같은 질문이나 걱정을 자주 듣다 보면 회피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큰 의미를 두고 나온 얘기가 아닌데 거기에 장황하게 내 철학까지 설명해야 하는 건 얘기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가 피곤한 일이다.

“그렇죠” 하고 웃고 넘기면 된다.


다행인 것은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거다. 대학을 졸업하고 들어간 직장에서 정년을 채우고 나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든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선택한 이유는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겠다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공하는가 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성공’에 대한 가치를 얘기하자면 또 길어지지만 현재는 실질적으로 ‘그 성공’도 따라오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사람마다 자족과 두려움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아내는 35년째 한 직장을 다니고 있다.(그 덕에 내가 이러고 있는 겁니다) 아내는 분명히 성공한 사람이다. 자기 일이나 생활 속에서 기쁨과 의미를 충분히 채워 나가고 있다.


은퇴를 하고도 오십 년은 더 살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 좋은 대학과 직장을 위해 이십 년 가까이 노력했었다면 이제 새로 시작하는 오십 년을 위해 투자할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전반전을 돈을 벌기 위해 ‘노~~력’ 했다면, 이제 후반전은 내 인생을 내 맘대로 살 수 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전반전과 같은 패턴으로 애쓴다면 돈을 벌든 못 벌든 아마 애만 쓰다 돌아가실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 생각한다는 것은 좋은 신호다. 생각을 시작하면 시선이 따라가고 시간이 따라가고 삶이 따라가게 된다. 거기에 우리의 행복이 돌덩이 속의 금맥처럼 숨겨져 따라온다. (채굴하는 기술은 스스로 익혀야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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