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직하려고 하는데 아내가 말렸다.

by 다섯시의남자

취직하려고 하는데 아내가 말렸다.


이십 년 전쯤 대구 동성로에 있는 일본어 학원에서 강사 일을 했었다. 수강생은 대학생들이었다. 얼마나 재밌는지 모른다. 내가 나이 들고 있다는 걸 잊게 만들었다. 학생들에게서 흘러넘치는 청춘의 에너지는 결코 무엇과도 맞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그건 ‘돈이 거의 안 된다는 것’이었다.

수강료를 학원과 나눠 먹는 방식인데(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영어 강사들이나 일부 대표 강사를 제외하면 제2 외국어로 돈을 벌기는 힘든 여건이었다.


방학 때를 제외하면 점심을 먹고 나서 오후까지는 할 일이 없었다. 친한 선생들과 차를 마시거나 빈 강의실에서 마작을 하거나(중국어 선생들과 자주 했었다) 하면서 무료할 시간 없이 재밌게 보냈다. 그리고 수업이 시작되면 또 대학생들과 시험이나 결과물에 전혀 부담 없는 ‘제2 외국어’ 수업을 한다. 수입만 생각지 않으면 이보다 더 완벽한 일은 없을 것이다.


어느 날 지인에게서 거절하기 어려운 취업 제안을 받았다. 팀장과도 얘기를 마쳤다. 원서만 넣으면 바로 취업이다.

아내가 반대를 했다. 원하지도 않았고 계획에도 없던 일을 단지 원봉만 높다고 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단지 원봉만 높다고’ 라니. 말도 안 되게 훌륭한 이유로 반대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때 왜 그랬냐고 이후로 다시 물어보지 않았다.


나는 원서를 쓰지 않았고, 아내는 그 후로도 수입과 관련해 어떠한 강요도 하지 않는다. 삶의 과정으로만 보자면 나하고는 많이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지만 원리는 한 가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여전히 행복한 동행을 이어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거창한 말로 정의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치관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올바른 신념을 담고 있다면,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지켜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 하필 아내는 출근을 하고 있고, 나는 여행 중에 이런 글을 쓰자니 조금은 불편한 마음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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