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노비자’가 시행된다고 한다.

by 다섯시의남자

일본 여행 ‘노비자’가 시행된다고 한다.


10월이 되면 비자 없이도 일본을 갈 수 있게 될 거란 소식을 들었다.

‘당장 여행을 떠나야겠다’까지는 아니지만 솔깃한 건 사실이다.

바이러스 전에 매달 출장을 겸해 여행을 다녔던 나로서는 3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니 궁금한 게 많아졌다. 익숙해져 흔한 그 거리도 그렇고 친구나 지인들도 어찌 살고 있나 싶다.

그러다 문득 역 인근 호텔의 풍경이 떠올랐다.


비즈니스호텔 중에 조식이 나오지 않는 곳이 있다.

어차피 뭘 먹을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시간을 들이지 않는 편이다. 대충 가까운 요시노야나 스키야 같은 곳에서 모닝세트를 먹곤 했다.

삼사천 원만 내면 일본식 아침식사가 나온다.

된장국과 생선구이, 낫토 같은... 누가 봐도 단출 한 일본식 세트다.


그곳에는 양복을 입고 서류 가방을 든 직장인들이 많다.

그들은 월세가 비싼 시내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한 시간 넘게 달려와 역 인근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출근한다. 저녁에도 마찬가지로 혼자 앉아 늘 먹던 덮밥 같은 걸 시켜 조용히 먹고는 다시 지하철로 밀려들어 갈 뿐이다.

표정도 없고, 대화도 없다. 별다를 일이 전혀 없는 매일의 일상에서 노곤함만 추적추적 흘리며 걷는다.

기차는 날카로운 리듬으로 빠르게 도시를 벗어나고, 한참을 달려 어느 역에선가 각 역마다 정차하는 완행으로 갈아 태우고 또 달려 목적지 근처로 그들을 데려갈 뿐이다.


호텔에서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날은 일본의 슬픈 직장인들 틈에서 밥을 먹게 된다.

그곳의 공허한 눈빛들 사이에서 문득 내가 여행자임을 감사하고 만다.


처음 일본을 갔던 30년 전에는 부러운 것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이들을 생각하면 애처로움이 앞선다. 부유할 런지는 모르지만 풍요롭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국가도 그렇고 개인도 그렇다.


이제 여행은 시작될 것이고, 화려한 네온사인 속에서 그들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답이 없다.

남 걱정할 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의 일이라고만 하기도 어렵다.

비자가 없어도 된다는 뉴스를 보다 괜히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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