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중년 남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by 다섯시의남자

대한민국에서 중년 남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몇 년 전 <82년생 김지영>이 여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현실을 이야기했다면 나는 요즘 중년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슬픈 이야기를 자주 마주하고 있다.

직장 생활을 했던 친구들은 거의 회사를 나왔다. 디지털 세상에서 햄버거 주문도 어려워진 현실에 부딪혀 늘 하던 익숙한 일들만 찾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퇴직을 하고 나서는 그것마저 거의 쓸모없는 능력이 되었다.

스크린 골프장에 가면 아침부터 방마다 남자들이 들어차있다. 싼 곳은 오전 시간에 만 원씩만 내면 친구들과 몇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러고는 칼국수나, 생선구이 가게로 가서 점심을 먹는다.

그러고는... 또 할 일이 없다. 등산을 가든지 집에서 리모컨을 들고 있든지 한다. 가급적 돈을 아껴 쓰는 걸 택한다.


이미 아이들과는 할 말이 없어졌고, 아내는 늘 바쁘다. 집에서는 주도권을 잃었다. 연세 많으신 부모님과도 소원하다. 반바지 차림으로 동네를 다니기도 어색하고 낮 시간에 그렇게 어슬렁거리는 것도 쉽지 않다. 재취업에 성공한 친구들이 부러운 것은 단순히 월급만이 아니다.

장사나 할까 하고 알아보지만 겁부터 난다. 자기 계발서를 읽거나 강의를 들어봐도 그때뿐이고 돌아서면 또 자신이 없다. 부동산 투자나 주식, 비트코인 같은 것을 이야기하지만 누가 망했다는 소리만 들어도 내일처럼 간담이 서늘해진다.


그렇게 한때 386세대라 불리며 사회를 주도했던 우리들은 스스로 존재감을 잊어가고 있다.

‘앞으로 4-50년을 이대로 살 수는 없다.’라고 생각하지만 뚜렷한 해답도 없다.

오십 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내 이름 세 글자 앞에 직책을 떼고 나면 나라는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다시 공부해서 대학이라도 입학한다는 심정으로 남은 날을 헤아려 본다. 그리고 뭐라도 준비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다들 그런 생각을 하지만 선뜻 움직이지는 못한 채 고민만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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