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몇 번의 여름휴가가 남았을까?
여름 끝자락에 베트남 다낭을 다녀왔다.
급하게 잡은 일정이라 지나고 나니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좋은 여행이었다. 혼자 길거리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비 오는 걸 오래도록 바라보기도 하고, 시장을 돌아다니며 기웃거리기도 하면서 천천히 시간을 보냈다.
첫날 잡은 호텔에서 개미가 너무 많이 나와 밤중에 옆 호텔로 옮기는 일도 있었고, 다낭까지 가서 우리나라 사람이 하는 막창 집에서 저녁을 먹기도 했다. 막창 집 사장은 늦은 나이에 국제결혼을 해서 돌이 갓 지난 늦둥이 아기가 있었다. 사장 부부가 너무 바빠 얼떨결에 아기를 받아안고서 식사를 마쳤다. 야외 식당이지만 소문이 나서 현지인 손님이 많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코로나 전에는 여름에 여행을 한 적이 별로 없었다. 휴가 시즌에는 어디든 비싸고 분주해서 주로 가을에 떠났다. 대학생들 시험이 있는 11월 초순이 여행하기 딱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날씨도 좋고 물가도 싸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을이라 기쁘다. 점점 짧아지는 계절이지만 멋진 노을을 볼 수 있다. 겨울을 기대하기도 좋다.
시간적으로 다소 자유로운 나이가 되니 꼭 여름에 휴가를 가지는 않을 테지만 그래도 다들 떠나는 ‘여름휴가’ 기간이 되면 괜히 들뜨게 된다. 그러다 이제 몇 번의 여름휴가를 계획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 없이 던진 질문이었는데 생각하면서 점점 심각해진다.
‘나는 몇 번의 여름휴가가 남은 걸까?’
<드라이빙 미스 노마>라는 책에는 아흔에 암 진단을 받고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난 노마 할머니의 이야기가 있다. 그녀는 캠핑카를 타고 미국의 32개 주 75개 도시를 다녔다. 여행 중 9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녀는 “숨이 붙어 있는 한 재미있게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나도 동감이다. 여행을 떠나야지. 숨이 붙어있는 한. 재미있는 인생을 살고 싶으니깐. 그리고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으니깐.
멋진 여행을 하려면 계획을 잘 잡아야 한다. 계획대로 살 수는 없지만(그러고 싶지도 않지만)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발견하게 될 소중한 경험을 위해서라도 계획은 있어야 한다.
우리 인생의 여정이 얼마쯤 남았을까 생각해 보는 것은 멋진 계획이다. 그럼 장기 여행을 위한 준비를 할 수가 있다. 혹은 짧은 일정으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고 생각보다 오래 여행을 계속할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재미있게 지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지난 시간을 돌아보기도 하고 천천히 여행하는 법을 익히기도 한다.
KTX를 역방향으로 탄일이 있다. 지나간 풍경이 멀어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는 것도 좋았다. 다가올 풍경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지난 일정을 추억하는 것도 좋다. 나이가 드니 앞만 보고 무작정 달리기만 하면 어지럽다. 앞으로 남은 많은 여름휴가를 위해 가끔은 쉬었다 가자.
우리는 모두 패키지가 아니라 ‘자유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