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이미 시작되었다.

by 다섯시의남자

치매는 이미 시작되었다.



대학 친구를 만났다. 한동안 연락하지 못하고 지냈었던 친구다. 친구 아버지가 치매 초기 증상을 보여 주간보호 센터를 알아보던 중에 내 생각이 났다고 한다.

오 년 넘게 어머니는 주간보호 센터를 다녔었고, 그런 즈음에 가지고 있던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써먹을 수 있을까 해서 시설을 알아봤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사업으로 접근해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감정 노동을 요하는 것이었다.

가족 중 치매로 고생한 분이 있다면 떠올리기 싫은 일일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훨씬 더 오래 살게 될 것이고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사례를 내 주위에서 겪게 될 것이다.


치매 발병은 점점 젊은 나이로 내려오고 더 오랫동안 안고 살아야 하는 질병이 되었다. 1960년대 평균수명이 56세일 때야 환갑잔치가 축하할 일이었지만 이제는 백세를 바라보는 시대다. 오래 산다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치매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짧게 경험하느냐, 길게 경험하게 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장수를 다시 축복된 일로 만들기 위해서는 아직 젊다고 생각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건강한 뇌를 만들어야 한다. 천천히 치매가 오게 하는 것과 주변 가족들의 사랑으로 예쁜 치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십 대 후배에게 치매 관련 책을 선물했더니 왜 이런 책을 선물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삶의 습관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을 아직 몰랐다. 가족 중에 치매가 발병하고 힘든 경험을 하고 나면 그제야 치매가 무섭다는 생각만 할 것이다.


몸짱이 되는 것과 뇌짱이 되기 위한 노력은 별다를 바 없다. 꾸준하게 운동을 하고 좋은 생각을 하고, 책을 읽고 사색을 하고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 식습관이나 마음을 가꾸는 일에 시간을 들이는 것, 이러한 것들은 작은 노력과 습관으로 미리 준비할 수 있다.


오십 대 중반이면 이미 치매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학 친구와의 대화 말미에는 걱정스러운 아버지의 문제보다도 이제 우리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로 마무리를 했다. 치매는 누구에게나 두려운 문제지만, 인식하지 않고 깊숙한 곳에 숨겨 두고 잊으려고만 한다면 어느 날 갑자기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전에 치매와 함께 살아갈 방도를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아름다운 인생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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