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가슴 뛰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오십 년 넘게 살다 보면 흥분할 일이 차츰 줄어든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얼마 전부터 환율의 변동과 맞물려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이전에 하던 무역 일을 접게 되었다. 실질적 실업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누구를 만나면 가지고 있는 명함을 내민다. 실적이 없기는 하지만 아직 사업자 등록 상 살아 있는 회사인 것도 맞고 굳이 일이 없다고 하기도 그렇다.
주변 친구들처럼 산에 다니거나 재취업을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는 대신, 우연한 기회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낮 시간에 동네 책방에서 하는 글쓰기 강좌를 신청한 것이다. 젊은 새댁들 다섯 명 틈에 끼어 매주 화요일 10시에 책방에 앉아 글을 썼다.
잘 쓰고 못 쓰고는 상관없었고 또 그런 건 잘 알지도 못했다. 단지 내가 살면서 간직했던 얘기들을 글로 풀어내는 즐거움을 알아갔다. 글을 쓰면서 어렴풋이 생각났던 추억들이 정리가 되었고, 내 감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명해지니 주변 일들도 이해가 되었고 풀지 못해 숙제로 남았던 과거의 문제와도 화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다.’라고 외치고 다녔던 것은 벌써 20년도 넘은 일이다. 한비야 작가의 글에서 가져온 말이다. 그 후 ‘이 일이 정말 가슴 뛰는 일인가?’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었다. 그러다 무심하게 시간이 흐르고, 치열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중년이 되어 있었다. 주변에서 하나 둘 퇴직을 하는 것을 보면서 “아, 뭘 먹고 살아야 되나?” 하는 생각만 남아, 돈 버는 일 말고 다른 것은 허망한 사치처럼 느꼈던 것 같다.
이제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다. 세바시 글쓰기 대학을 신청한 것도 그렇고 책을 내겠다는 결심도 그렇다. 어떻게 살 것 인가를 고민하면서 이어서 어떻게 죽을 것 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삶과 죽음이 별개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이다. 그냥 살던 대로 살면 좋을 것 같지만 앞으로 남은 인생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는 일이다. 새로운 길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또한 그것이 주는 가슴 뛰는 설렘도 기대가 된다.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산책을 하고 사색을 하며, 그러면서 이제 또 경제적 자유를 누리기 위한 고민도 하고 있다. 이전에 먹고 살기 위한 고민과는 다르다. 중년이지만 성장하고 싶고, 내 일을 통해 사회에 유익이 되고 싶은 꿈을 이어가고 싶다.
그렇게 가슴 뛰는 삶을 살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