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는 되지 말아야 할 텐데.

by 다섯시의남자

꼰대는 되지 말아야 할 텐데.



후배를 만났다. 잘 되던 가게를 넘기고 8년 만에 쉬고 있는 중이다. 딴 일을 찾기에 앞서 여행을 가고 싶다며 조언을 구했다. ‘그렇지. 여행이라면 나한테 묻는 게 맞지’하는 자신감으로 쉴 새 없이 제안하기 시작했다.

해 줄 말이 너무 많았다. 여행의 목적을 고민하는 일부터, 현지에서 만날 수 있는 여러 상황들에 대한 대처와 올바른(내가 생각하기에) 결정법, 진짜 재밌는 여행이란? 등 책에는 나오지 않을 나만의 노하우를 열과 성을 다해 설명했다.

근데 반응이 그다지 밝지 않다. 본인은 패키지로 편하게 가이드 설명을 들으면서 가고 싶다는 것이다. 호텔도 좋은 곳으로 잡고, 헤매거나 마음 졸이는 것도 싫단다.

“그럴 거면 집에서 여행 프로그램이나 시청하지 뭐 할라고 가냐”라는 말을 꿀꺽 삼키고 다시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러니깐 여행은 목적을 먼저 정해야 하는 거라고. 오랫동안 고생했고 이제 나이도 있으니 인생을 계획하고 정리하는 차원에서 혼자 일주일 정도 조용히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잖아.”

“많이 돌아다니기보다는 한두 곳을 정해서 여유 있게 시간을 갖고, 현지인처럼 한 번 즐겨 봐. 분명히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멋진 여행이 될 거야.”


‘추가로 한참을 또 혼자 떠들다 돌아왔다.’


대로변이 아닐지라도 깔끔한 도미토리나 현지인이 경영하는 민박에서 얻는 즐거움이 있다. 이름 난 관광지보다 우연히 만나는 이국적인 풍경이 내 마음에 오래 남기도 한다. 골목에서 뛰어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이 훨씬 재밌기도 하다. 패키지로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것보다 자유여행을 하면서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는 게 의미 있고 정확할 확률도 높다.


‘이렇게 계속 고집할 거면 강요하지 말고 나만 그렇게 살면 된다.’


합리적인 사고라든가 맞는 말은 중요하지 않다. 내 생각을 강조하고 ‘내가 맞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다. 물론 경험도 많고 객관적으로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하는 것이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나.

아내도 편안한 호텔을 좋아하고 배낭 메고 걸어 다니는 걸 싫어한다. 내 가족에게조차 강요할 수 없는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하고 있으니 꼰대가 아니라고 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내 주장을 얘기할 때는 길게 말하지 않아야겠다. 한두 마디로 충분한 것을, 상대가 내 진심을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염려로 자꾸 설명하기 시작하면 일이 더 꼬인다. 특히 나보다 젊은 사람과 대화 할 일이 생기면 많이 듣고 공감하는 훈련을 해야겠다. 상대가 원하면 살짝 내 의견을 첨가할 수도 있지만 그것마저 너무 치우치거나 고집스럽지 않는 선에서 지혜롭게 해야겠다.

결심은 많이 하는데 과연 입을 꾹 다물고 있을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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