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주 한 잔

by 다섯시의남자

이별주 한 잔



이 이야기는 25년 전과, 50년 전의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이어지는 이야기 기도하다. 25년 전 나는 아내와 결혼을 했다. 당시 장인의 연세가 지금 내 나이와 같았다.


우리는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처가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내와 장인과 함께 본가로 왔다. 아내는 마지막으로 자기 집에서 식구들과 하루를 지냈다. 그리고 아버지 손에 이끌려 남편 집으로 떠났던 것이다. ‘이제 네 집은 저기다.’ 하는 의미로 장인은 아내의 손을 잡고 ‘우리 집’으로 오셨다.

양가에 술을 마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어머니는 술상을 내 왔다. 평소 농담을 좋아하시고 항상 즐겁게 사시는 아버지가 갑자기 진지하고 근엄한 얼굴로 아내에게 명하셨다.


“친정아버지한테 마지막으로 이별주 한 잔 올려라”


이 한마디로 두 사람은 펑펑 울기 시작했다. 장인어른은 아내를 남겨두고 대문을 나서면서도 눈물을 훔치셨다. 아버지는 미소를 지으시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계셨다. 아내나 장인이나 아버지의 이벤트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아버지가 큰누나를 데려다줄 때 비슷한 경험이 있으셨다고 한다. 내가 두 살 때 큰누나가 시집을 갔다. 매형은 7남매의 막내셨다. 결혼 할 당시 매형의 큰 누나 나이와 아버지 나이가 별 차이가 없으셨다. 아버지는 잔뜩 긴장하고 주눅 든 표정이었지만 그쪽 어른은 여유롭게 담배를 태우시며 농담을 하시는 분위기였단다.

어쩌면 이렇게 상황이 비슷하게 연결되는지 희한하다. 오래전 이야기를 추억하자니 그리움은 세월보다 더 짙게 쌓인다. 추억 속에서 어떤 날은 하루가 그렇게 길다가도 어떤 순간은 십 년이 찰나처럼 빠르게 스친다. 그 시절이 그립다. 자꾸 돌아보는 걸 보니 나도 나이가 들었나 보다.


아직 딸이 결혼 할 나이는 아니지만 언젠가 나도 이별주를 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딸을 시집보내면 어떤 마음이 들까 생각하다, 결국 안 보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지가 죽고 살기로 가겠다고 하면 어쩔 수는 없을지라도 순순히 내 손으로 보낼 생각은 없다. 아니면 남자를 데려와 다 같이 살면 몰라도. 하여간 지금 생각은 그렇다.


아버지의 이벤트나 장인어른의 이별주에 대한 추억이나, 내 딸에 대한 고민이나 모두 오십 대 중년의 삶의 일부이다. 내 인생의 고민이 나 개인을 넘어 가족과 함께 가야 하는 무게가 더해진다. 자식에 대한, 부모님에 대한,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시대에 대한 책임감이 무거워지는 나이인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지 쉽지 않은 것이 중년의 인생인가 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꼰대는 되지 말아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