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은 관찰과 발견에서 시작된다.

by 다섯시의남자

좋은 글은 관찰과 발견에서 시작된다. - 세바시 강의, 정철 작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두 가지 있다. ‘어떻게 이런 멋진 표현들을 쓸 수 있을까’ 와 ‘나는 아무리 해도 안 되겠구나.’이다.

책은 즐거움을 준다. 정보를 주고 성장하게 한다. 하지만 내가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쓰면서부터 책은 부담이 되는 존재가 되어갔다. 노력한다고 통 나아지지가 않는다.


정철 작가님은 세바시 강의에서 글쓰기 3단계를 내놓았다.

‘관찰한다. 발견한다. 확장한다.’

종이컵을 예로 들기도 하고, 손과 발이나 쉼표, 달과 별 등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얘기했다. 먼저 뚫어져라 관찰한다. 그러다 보면 발견하는 것이 생기고 거기서 확장시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좋은 생각이나 글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라고 했다.


‘중년을 위한 공감 에세이’를 쓰면서 관련 서적을 스무 권정도 읽었다. 책을 읽다 보니 중년에 관한 관점이란 것이 내 머리에서 나온 것인지 여러 책에서 본 것이 녹아서 재탄생한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여러 책을 통해 결국 내 관점이 정립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거기서 좀 더 나아가 제대로 관찰하기에 들어갔더라면 좀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고 오랜 사유를 통해 확장된 글이 나왔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

책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권의 책을 깊이 묵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딱 넘으면 비로써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을 때가 있다. 치열하게 관찰하자.


책뿐 아니라 평상시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 좋은 강의를 듣고도 ‘아. 좋은 내용이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밥이나 먹으러 가야겠다...’하면 그걸로 끝이다. 다음에 비슷한 얘기를 또 들으면 그때는 ‘내가 아는 내용. 해 봐도 별 소용없었던 얘기’에 불과할지 모른다. 차라리 안들은 만 못할 수도 있다.


그림을 선물받은 적이 있다. 집 거실에 걸어 두었다. 매일 수십 번씩 쳐다봤을 텐데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어느 따스한 주말에 할 일도 없고 TV는 시시한 내용들뿐일 때 그 그림을 쳐다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차츰 관찰하기 시작했다. 무수한 나무들의 잔가지며 땅에 펼쳐진 꽃들을 시간을 들여 구석구석 살폈다. 의외로 내가 보지 못 한구석이 많았다. 어느 순간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다. 이후로는 지나치면서 슬쩍 쳐다봐도 애틋함이 든다. 완전히 이해하고 교감한다는 느낌이다. 관찰은 일상을 풍성하게 해 준다. 할 말이 많아지게 한다.


‘좋은 글’은, 아니 ‘좋은 인생’은 관찰과 발견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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