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희미했던 행복을 선명하게 만들어 준다.
다들 기억은 믿을 게 못된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도 기록하는 일에는 소극적이다. 이건 절대 잊을 수 없다는 착각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요하지 않은 얘기에서 서로 흥분해서 자기주장을 할 때가 있다. 그러면 꼭 내기를 하자고 한다. 틀릴 수가 없는걸 상대가 우기니 환장할 노릇이다. 피차 마찬가지 심정이다. 어찌어찌 확인을 해 보면 당연히 한쪽이 잘못인 걸 알게 된다. 확인해 줘도 믿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음모론의 대상이 된 것 같은 심정으로 억울해 한다.
멋진 풍경을 보고 사진을 찍는 대신 눈으로 보고 가슴에 담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분명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광경이 있다. 사진의 초라함이 오히려 감동을 희석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그때의 느낌을 기록한 메모나 사진은 중요하다. 다시 그 장면을 추억해 내기에 그만한 것이 없다. 정밀한 기록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은 감동을 주기도 한다.
기록은 대상을 정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기록 법에 관한 방법을 얘기하지만 중요한 건 ‘일단 적는다’는 것이다. 마구 적다 보면 적는 것이 습관이 되고 일정한 패턴을 가지게 되고 모였을 때 자료가 되고 방향이 된다.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이 좋다. 힘든 감정도 내어 놓으면 단순해진다. 불편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힘들 수 있지만 오히려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 내 상태를 솔직하게 대면해 보면 생각보다 긍정적이란 걸 알게 된다. 감정이 나를 속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인간은 한 달에 대여섯 번쯤 감동한다고 한다. 그 감동이 삶을 얼마나 풍성하게 할지 기대된다. 하지만 아무리 감동적인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별일 아니게 기억되기도 한다. 감정은 쉽게 잊히고 단순히 사건만 남기 때문이다. 이문세나 해바라기 노래를 좋아한다. 어떤 노래는 들을 때마다 그 시절이 소환된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장면이 떠오르고 가슴이 움직이고 시선은 먼 곳을 향하게 된다. 10년 후에 들어도 아마 같은 감동일 거 같다.
기록은 단순히 한 번 들어서 ‘그냥 안다’는 느낌을 ‘깊이 관계해서 안다’고 느끼게 만들어 준다. 기록하고 내 것으로 만든 추억은 언제 열어봐도 감동적이다. 곰돌이 푸는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고 했다. 행복한 기록이 쌓이는 만큼 삶은 점점 풍성해진다.
갑자기 뭔가 떠오른다면 기록하자. 절대 잊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는 것일수록 기록하자. 낙서하듯 대충, 간단하게라도 적어보자. 의미 없이 흩어질 일들이, 기록을 통해 소중한 일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