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잘못은 없다.
매일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운전이 피곤할 때가 있다. 일정 구간은 크루즈 기능을 설정해 운전한다. 내 차가 대단해서가 아니다. 요즘 차들이 좋은 기능이 많은 것 같다.
자율주행할 때 앞차와의 간격을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나는 대체로 2단계 정도로 해서 다닌다.
너무 가깝게 설정하면 급정거하면 어쩌나 마음이 불안하고 너무 멀면 다른 차들이 끼어든다. 이게 조절이 쉽지 않다. 다른 차가 끼어들어도 나는 괜찮다지만 내 뒤차에서 욕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 신경이 쓰인다. 고속일 때는 좀 더 멀리, 저속일 때는 좀 가깝게 속도에 맞춰 간격이 자동으로 조절되면 더 좋겠지만 아직 그 정도 기술은 안 되나 보다.
인간관계에도 서로 간에 간격이 중요하다.
친한 사이라 하더라도 너무 붙으면 불편하고 또 너무 멀면 정이 없다.
간혹 이 간격을 자동차처럼 자동주행모드로 설정한 듯한 사람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좀 더 가까워져도 될 것 같은데 그 틈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한다.
좀 더 다가가면 물러나고 또 멀어졌다 생각했는데 그 사람은 전혀 어색함 없이 그 거리에 와있다. 그러면 나만 섭섭하다가 괜찮다가를 겪다 제풀에 지치고 만다.
상대는 전혀 변한 게 없다. 그 사람 잘못은 아니다. 단지 나 혼자 간격을 좁혔다가 멀어졌다가 용을 쓰는 거다.
그러다 급기야 사적인 관계를 포기하고 만다. 그저 '지인'으로만 생각하고 건조하게 대하게 된다. 아예 간격이란 걸 두지 않으려고 애쓴다. 겉으로는 표가 나지 않지만 내 리스트에서는 일단 빼게 되는 거다. 그러고 나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준다.
그래도 상대는 여전히 변함없는 거리를 유지하고 전혀 변함없이 나를 대한다. 사실 거기에 더 상처를 받는다. 그 사람에게서 내 마음을 뺐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흔적이 남아 있었나 보다.
<혼자 잘 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라는 책 제목이 생각난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그 사람 잘못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