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이틀 남았다.

by 다섯시의남자

수능이 이틀 남았다.


딸은 재수생이다.

수능이 다가오니 주위에서 관심 가져 주시는 분들이 많다.

좀 어떠냐고 물으면 늘 같은 대답을 한다.


“신나있어요. 아주 해맑답니다.”

“그래요?... 하하... 어두운 분위기 보다야 좋네요...”


진짜다. 작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렇다. 딸은 스트레스를 가볍게 풀어낸다.

어젯밤에는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부터 소리를 질렀다.

나도 따라 더 크게 소리를 지르고 그렇게 몇 차례 배틀하듯 소리를 지르고는 또 크게 웃었다.(우리 집은 단독주택이라 가끔 소리를 지른다. 그래도 괜찮다)

오늘 아침에 아내가 안동 출장을 가서 내가 학원까지 데려다주었다.

내일은 수능 전날이라 안 간다고 하니 오늘이 마지막 학원 가는 날이다.


“아 정말 짜증 나는데.... 수능은 왜 있는 거야...”

짜증 난다고 얘기하면서도 얼굴은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나를 닮은 것 같다.


그러면서 자기가 보기에 아빠는 늘 행복해 보인다고 한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행복에 대한 임계점이 낮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쉽게 만족하고 행복해한다는 것이다.

이건 칭찬도 아니고 욕도 아니다. 물론 틀린 말도 아니다. 아내와 이런 성향의 차이로 가끔 다투기도 한다.


나는 딸이 서울로 진학하기보다는 그냥 대구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여기서 대학 다니고 직장 다니고 결혼해서(안 해도 좋지만) 살면 좋겠다. 곁에 있으면서 좋은 친구처럼 지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서울이나 대구나 더 큰 세계무대에서 보자면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싶다. 어차피 결정은 자기들이(아내와 딸) 할 테지만 그냥 그렇다는 거다.


오늘이나 내일이나 모레나 여전한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같은 햇살과 바람과 구름의 풍경을 다양하게 보게 될 것이다. 저기가 끝일 것 같지만 또 새로운 시작이고 또 같은 일상이 기다린다.

그렇게 끝일 것 같은 점들이 이어져 인생의 긴 여정을 그려가는 것이다. 조금 삐뚤 수는 있겠지만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는 선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렇고 딸도 그렇고 자신만의 선을 ‘자기답게’ 그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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