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 찾아 삼만 리
안 쓰는 돌침대를 ‘당근’에 나눔으로 냈다.
트럭을 가진 친구를 불러 배송비 5만 원에 전해 주기로 하고 보내는데, 워낙 무겁기도 하고 해서 도와주려고 함께 갔었다.
오래된 아파트라 엘리베이터가 작고 낮았다. 남자 세 명이 온갖 용을 써가며 억지로 올라갔다.
좁은 현관을 어찌어찌 통과해서 거실까지 무사히 옮기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제 큰 방으로 밀어 넣기만 하면 끝인데, 그때 거짓말처럼 돌 판이 프레임과 분리되면서 거실 바닥으로 낙법 치듯 넘어지는 게 아닌가.
돌 판은 크게 세 동강이 나면서 돌가루가 거실에 모래처럼 쫙 하고 흩어졌다. 마치 슬로비디오를 보듯 그 광경이 천천히 지나갔다.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 집 부부도, 우리 두 사람도.
누군가 먼저 말을 꺼내면 지는 그런 룰이 있는 것처럼 아주 오랜, 세상에서 제일 긴 1분 여가 지났다.
다시 엘리베이터로 옮겼다. 전혀 조심할 필요 없이 여기저기 부딪치면서 내려왔다. 착한 분들이라 그래도 배송비를 주시겠다는 건 받지 않았고 대신 경비실에 얘기해서 폐기물 처리비는 부담하시기로 했다.
서로 민망한 인사를 나누고 허탈하게 돌아왔다.
그런데....
아쉬워 죽는 줄 알았다.
거실에서 돌 판이 깨져 있는 그 순간을 사진으로 찍지 못한 것 때문이다.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그 자리에서 휴대폰을 꺼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잠시 멈춰져 있었던 그 순간에 엄청난 내적 갈등을 겪었다.
‘이걸 찍어? 말어?’
‘사진이 들어가야 실감 날 텐데...’라는 생각이 집에 와서도 떠나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세 가족, 12명이 일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를 놓친 적이 있다. 멋진 글감 하나는 건졌지만 엄청난 뒷감당이 해야 했다. 거기에 비하면 돌 판 깨진 것쯤이야 글감 하나와 맞바꾸어도 크게 밑지지는 않는다. (트럭에는 배송비 대신 기름을 넣어줬다. 물론 받기로 한 분들께는 죄송합니다만...)
모든 걸 글감으로 연결하려는 부작용이 생겼다.
이러다 본래 의미는 퇴색되고,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글감에만 눈독을 들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글을 멋지게 잘 쓰면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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