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아침

by 다섯시의남자

제주에서의 아침


바람이 분다.

파아란 바다와 하이얀 파도 사이에 몽돌의 조잘거림.

날은 밝았고, 해는 아직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주에 평화로운 아침이 왔다.


제주도 공항에 내리면 왠지 미안해진다.

여행을 좋아하고, 걷기를 좋아하면서도 제주 올레길에는 무심했으니.


15년 전에 한 번. 아이가 어렸을 때 부모님 모시고.

3년 전에 한 번. 아이와 둘이서.

그리고 바다는 차로 지나가며 슬쩍, 골프만 치고 온 게 한 번.

이번에 네 번째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공항에 내렸다.


어제 오후 현장에서 일을 보고, 아침 호텔 로비에서 10시에 일행을 만나기로 했다.

이른 시간 혼자 체크아웃을 하고 바다로 나왔다.

정방폭포는 아직 입장시간 전이다. 올레길 표식을 따라 안으로 걸었다.

정겨운 작은 폭포가 있고, 흐린 하늘과 바다와 파도가 거기 있었다.


아직 오픈 전이지만 불이 켜진 카페가 있어 슬며시 들여다보니 들어와도 좋다고 한다.

무슨 부탁이든 다 들어줄 것 같은 편안한 사장님이 웃으며 커피와 갓 오븐에서 꺼낸 빵을 내주었다.


밖은 여전히 흐리고, 바람은 세다.

해가 없어도 드문드문 선글라스를 끼고 뛰는 사람이 지나가고, 아직은 한산한 도로가 민낯을 보인다.

오히려 쨍한 날보다 제주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차분해지게 한다.

마음이, 계획이나 욕심이 먼저 앞서지 않게, 차분히 안심하고 생각을 내려놓을 수 있다.


카페 사장님은 준비를 마쳤는지 낮은 돌담 끝에 오픈을 알리는 안내판을 내고 이제 장사를 시작한다.

「Bakery Cafe 70」 문에 붙은 공지를 보니 주말마다 쉰다. 유명 관광지 앞에서 주말마다 문을 닫는다니. 대단한 용기다.

사장님은 제주에서 뭘 하는 걸까? 뭘 하고 싶은 걸까?

누구나 그 자리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뭔지 진작에 알았으면 좋겠다.


다음번은 제주와 조금 더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서로가 들려줄 얘기가 너무 쌓여 잊어버리기 전에, 서먹해지기 전에, 그날을 속히 만났으면 좋겠다.

살면서 지켜야 할 다짐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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