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의 공유와 이익의 나눔이 가능한 네트워크
조직을 구성하는 형태는 다양하다. 수직형, 수평형, 매트릭스형, 네트워크형 등등. 각 조직이 처한 상황과 주변 환경에 따라 조직 구조는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조직의 규모가 줄어들고 수직적인 구조에 대한 비판이 커져가는 지금 네트워크형 조직을 선택하는 조직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네트워크형 조직은 내부적으로는 소규모의 기본적인 운영 체계만 남기고 나머지 업무는 네트워크에 맡긴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개별 조직들은 전문화된 각자의 분야에서 일을 하며, 협업을 통해 업무를 진행한다. 엄격한 계층이 없고,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형태로 조직을 운영한다. 고정된 조직 구성원을 고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현재의 사업 구조에서 특히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운영체계 중에서 완벽히 네트워크 형식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구성원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여 더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하고자 하는 커뮤니티가 있다.
구조상 네트워크 구조지만 단순히 경제적인 이익 추구보다는 가치를 먼저 말하는 모임이다.
엔스파이럴의 창립자 조슈아 바일은 자신이 몸담고 있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영감을 받아 '실험'과 '공유'의 문화가 가능한 네트워크를 만들고자 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 방향은 다양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중요한 일(More people working on stuff that matters.)'을 하는 것이다.
그는 기후변화, 극심한 빈곤, 사회적 기업, 생태계 붕괴, 성 불평등, 환경보호 등 여러 가지 세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더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다양한 문제들에 개인이 의미를 두는 하나하나가 작은 흐름을 만들어 결국 큰 강물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타인에 대한 존중은 사라지고 눈앞의 이익이 더 중요한 것처럼 떠드는 세상의 흐름을 역행하는 가치이다.
엔스파이럴은 권력의 분산을 중요하게 본다. 과거의 피라미드 구조는 리더들의 정보, 권력, 자원의 중앙집권화로 효율적인 조직 관리를 가능하게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보았다. 다양한 형태의 정보들은 단순화되어 리더에게 전달되고 다시 구성원에게 돌아가면서 왜곡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대규모 조직 운영을 위해서는 피라미드 구조가 효율적인 것은 맞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 최적의 구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엔스파이럴은 구조의 변화를 통해 동료 관계의 다양한 사람들이 권력을 함께 나누고. 정보와 이익도 함께 분산하는 구조를 생각한 것이다. 이는 다오( DAO :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의 구조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완벽히 다오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조직 구조의 형태와 개방성 부분은 유사성을 띠고 있다. 2024년 다오(DAO)의 구조를 하나의 형태(노드)로 핸드북에 명시하며 다오의 구조를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2022년부터 멤버와 컨트리뷰터의 구분이 사라지고, 카탈리스트의 활동도 임시 중단된 상태라 현재는 기존 멤버라는 구조만 남아 있다. 처음보다 구성원의 구조를 더 수평적으로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평적이고 네트워크 기반의 구조를 표방하는 엔스파이럴은 서로가 서로를 돕는 협력적 문화를 기반으로 한다. 투명한 의사결정 장치(루미오: Lumio)를 통해 그들의 결정 과정이 공개되고, 코버짓(Cobudget)을 통해 예산이 관리된다. 세부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도 그들의 협력과 교류를 기반으로 한다.
핸드북을 통해 조직 운영 방식을 알 수 있다. 핸드북은 커뮤니티나 다오(DAO)의 운영방법을 적어놓은 운영 지침서와 비슷하다. 엔스파이럴의 핸드북을 살펴보면 내부의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세심하고 배려있는 구조로 촘촘하게 구성해 놓았음을 알 수 있다. 모임을 시작하는 방법, 모임의 운영할 때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 내부의 불평등하고 괴롭힘이 없도록 조직을 운영하는 내용 등 하나하나 고민의 흔적이 가득하다.
더 자세한 엔스파이럴에 대한 내용은 엔스파이럴의 핸드북을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한다. Introduction - Enspiral Handbook
내부의 조직은 엔스파이럴 파운데이션, 노드, 벤처, 포드, 워킹그룹 정도로 나눠 말할 수 있다. 각 조직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재단이 내부 운영을 한다면 노드는 개별적으로 활동을 통해 지역 내 운영과 회원의 모집등을 맡는다. 벤처는 (현재는 운영하고 있지 않음) 엔스파이럴의 도움으로 시작했고 그 이익을 다시 엔스파이럴에 일부 환원하는 방식으로 엔스파이럴의 유지에 도움을 주고 있다. 포드는 소규모 모임으로 용어에서 그 단위와 운영의 방식에 대한 의미가 파악이 가능하다.
조직의 형태를 네트워크 식으로 운영하고, 리더를 유동적으로 뽑고, 정보와 재정을 나누는 방식은 지금의 우리가 돌아보아야 할 점이 많다.
AI로 이제 인간은 노동에 대한 강력한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과연 어떤 일을 해야 할 것인가? 어떠한 연대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가? 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엔스파이럴의 창립 당시 멤버들 대부분이 개발자들로 오프소스 생태계의 이점을 알고 또한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변화하는 일의 형태를 누구보다 먼저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리적 경계의 사라짐, 권력의 분권화와 다양한 협업관계의 대두. 그리고 일자리의 사라짐. 과연 어떤 일에 의미를 두고 우리는 함께 나아가야 할까?
지속가능한 연결은 어떻게 유지되는 것인지, 과연 중요한 것에 대한 의미를 두고 사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나아가야 한다.
혹자는 엔스파이럴이 더 이상 확장하지 못하고 멈춰있으며, 그 세력이 약해지지 않았느냐에 대해 말하곤 한다. 한참 세력을 확장하던 시기와 비교해 본다면 반박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 단체가 10년이 넘게 지속되었다는 것과 그들의 의미의 중요성은 지금도 여전히 놀라운 부분임은 틀림없다.
2024년 9월 기준 핸드북 한글 번역(이라고 쓰지만 당시 AI 돌린 것이지만) 자료를 첨부해 놓습니다. 편하게 읽어보세요. 오타나 어색한 문장은 너그럽게 이해하시고 원문 사이트에서 함께 비교해 보시는 것도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