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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다'는 말의 힘

- 독서일기

by 함께

'지친다'는 말의 앞에는 각자만의 외롭고 긴 시간이 널려 있다. 너무 쉽고 이른 지침이 아니라면, 지침을 느낄 때가 바로 스스로를 인정하고 당근을 줘도 될 때라는 말이다. 말에는 힘이 있는데 이 '지친다'는 말은 그 힘이 유독 세다. '지친다'고 말을 뱉는 순간, 멘탈을 잡고 있던 모든 코어 근육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 드니 말이다. 보통 저 말을 뱉으며 주저앉거나 눈물을 터뜨리는 것도 그 때문일 테다.
그래서인지 그 말은 어지간해선 입 밖으로 내기가 두렵다. 소리내어 말하는 순간 많은 것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분히 달려온 자들이며, 지쳤다고 말하기를 두려워 말기를 바란다. 스포츠 경기의 인저리 타임처럼, '지쳤다'는 말로라도 잠시 휘슬을 불고 주저앉아 쉬어도 괜찮다. 어차피 우리는 또 쫓기듯 일어나 뛸 게 뻔하기 때문이다.
-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 p99




힘들다.

피곤하다.

답답하다.

막막하다.

권태롭다.

의욕이 없다.

이 말들의 유사어.


누군가에게 한 번 보이고 나면 한없이 무너져버릴까 봐 차마 내뱉지 못한 말. 씩씩하고 든든한 엄마이고 싶어서 마음에서 꺼내지 않고 꾹꾹 눌러 참는데도 자꾸만 밖으로 새어 나오는 말. 마음속에서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나를 짓누르는 말. 멍하니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되어 흐르는 말.

지친다.

잠시 휘슬을 불고 주저앉았다가

다시 일어나지 못할까 봐 두렵다.


이 글을 쓰는 순간

마음의 코어 근육이 찢어져버린 것 같다.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회복될까.


스쿼트로 생긴 근육통이 3일 만에 사라지는 것처럼

마음 근육통도 곧 사라지기를.

찢어진 마음이 재생하며 더 튼튼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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