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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축하하는 이유

- 독서일기 & 덕질일기

by 함께

"구세주의 탄생은 그렇다고 쳐도 평범한 인간의 생일은 왜 축하하는 것일까? 그것은 고통으로 가득한 삶을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환대의 의례일 것이다.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좋은 곳에 온 사람들끼리 환대하는 것은 쉽다. 원치 않았지만 오게 된 곳, 막막하고 두려운 곳에 도착한 이들에게 보내는 환대야말로 값진 것이다. 생일 축하는 고난의 삶을 살아온 인류가 고안해 낸, 생의 실존적 부조리를 잠시 잊고, 네 주변에 너와 같은 문제를 겪는 이들이 있음을 잊지 말 것을 부드럽게 환기하는 의식이 아닌가 싶다. 괴로움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동료들이 주는 이런 의례마저 없다면 삶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강제로 시작된 사건이라는 우울한 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 김영하, <단 한 번의 삶> p.31



덕질 초기에 사람들을 모아 입덕 수기집을 만든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입덕하게 됐는지 궁금했고, 그 슬프고 아름다운 사연들을 모아 최애에게 전달해 주고 싶었다. 20편 가까운 입덕 수기를 읽다 보니 다들 삶의 깊은 고난의 강을 건너고 있을 때 최애의 노래를 듣고 위로를 얻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최애는 내 또래의 팬들이 많다. K팝 스타 때부터 최애를 좋아했던 오랜 팬들에게 들은 바로는 처음엔 그게 미안했단다. 창창한 20살의 어린 남자 가수에게 팬들이라고 우르르 따라다니는 사람들이 죄다 아줌마들이었으니 말이다. 근데 그건 '지나간다'라든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든지 '사랑에 빠지고 싶다'같은 노래들을 나이에 비해 너무 온갖 시련을 다 겪어본 사람처럼 불러버린 최애의 탓(?)이었다.

https://youtu.be/7ZctgGFMROs?si=sWneZUA1AraqAFTs


생일 축하 얘기를 읽고 덕질 찬양을 하게 된 이유는, 덕질이란 게 김영하 작가가 말한 생일 축하와 비슷한 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네 주변에 너와 같은 문제를 겪는 이들이 있음을 잊지 말 것을 부드럽게 환기하는 의식


나에겐 이게 입덕 후 덕친들을 만나며 가장 크게 다가왔던 부분이었으니 말이다. 고통과 괴로움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콘서트'라는 매개체는 덕친들이 서로를 돌보고 위로하기 위한 의례로써 더할 나위가 없다. 그렇기에 콘서트에서 노래를 듣다가 우리도 울고, 노래를 부르던 최애도 운다.


그렇게 우린 서로에게 감사하며 함께 걸어간다.


#김영하 #단한번의삶 #생일축하 #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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