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야 Apr 09. 2022

'정신 분석' 상담을 시작했다

상담 첫날: 나를 알아가는 지난한 과정의 서막


 정신없이 지냈던 지난해. 올해엔 뭘 억지로 하기보단 천천히 지내는 삶을 살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선택한 것 중 하나가 정신분석 상담이다. '저 힘들어요, 이해해주세요' 류의 상담 말고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탐구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궁금했다.  


 19세기에 태어난 오스트리아 의사이자 철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이 얼마나 의식할 수 있느냐에 따라 의식, 전의식, 무의식으로 구분했다. 프로이트가 중요시 한 건 바로 무의식이다. 프로이트가 가설로 내세운 건 첫째, 내가 오늘 생각하고 행동한 것은 모두 과거 경험의 영향을 받아 이뤄진다는 것이고 둘째, 인간의 행동에는 의식보다 무의식이 훨씬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많이들 봤을 아래의 그림처럼 의식은 빙산의 일각일 뿐 실제론 무의식이 인간 심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클 것이라고 프로이트는 생각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출처: 구글)

 

 인간의 삶은 특출성과 평범성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희로애락의 감정이 쉴 새 없이 파도를 타고 출렁인다. 이러한 삶의 파고에서 내가 누군지, 내가 왜 이런 감정이 드는지를 직시하면 세상이나 나에 대한 혐오에 빠질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정신분석 상담의 문을 두드렸다.


 기초상담이 끝난 뒤 선생님이 정해졌고, 다음 상담까지 내가 어떤 경험들을 힘들어하는지 일기장에 쭉 나열해보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어린 시절 교우관계에서 받았던 상처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기초상담 이후 본격적인 상담 첫 시간에는 이것들 중 일부를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일기를 통해 한번 리스트업을 하고 나니 이전 상담에서 느꼈던 저항성이 상당히 극복됐다는 게 느껴졌다. 적어도 오늘의 나는 내 모습을 드러내는 데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얘기하며 상담하는 중에 나의 전의식을 일부 발견했다. 전의식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 기억날랑 말랑한 무의식인데, 억압당하고 있는 무의식의 내용이 다소라도 의식에 나타나는 경우를 뜻한다. (내가 어린 시절 정확히 어떤 부분들에 상처를 받았는지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브런치에도 용기 내어 기록해두기로 한다.) 상담 시간에 말하던 중 선생님이 질문을 주셨다.


"왜, 본인이 당시에 그런 일을 겪었다고 생각하세요?"


 이런저런 일에 나는 아팠다고만 느꼈을 뿐, 사실 원인에 대해선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있었다.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서가 더 정확한 것 같다. 당시에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은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해줬던 것 같은데. 내 탓이 아닌 상황 탓으로 돌렸었는데. 하지만 그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더 반복됐다는 건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걸까. 저 질문을 받은 그 짧은 찰나에 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다.


 "남에 대한 공감보다는 항상 내가 우선됐던 것 같습니다.

나의 일에 몰두하고 나에게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아하고요"


 답을 하고 나니 알게 됐다. 어린 시절의 경험에 대한 답이었는데 지금의 나의 모습과도 오버랩된다는 걸. 물론 그때와 똑같진 않겠지만 지금도 사실 공감은 여전히 어렵기 때문이다. 고민이나 걱정에 대한 상담은 자신 있지만 맛있는 음식이나 유행하는 드라마에 대해선 맞장구를 치는 것이 퍽 나답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어느덧 상담 시간이 끝나고, 집에 와서 요가를 한 뒤 남은 생각들을 정리해본다. 나를 완전히 꺼내는 데엔 앞으로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다. 돈과 시간과 의지가 필요하다. 나를 알면 일련의 잡념들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단 믿음으로, 여기에도 조금 더 솔직한 나의 마음을 남기며 독자들과 같이 성장하고 싶다. 일단 하는 만큼만 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샤넬 오픈런, 나도 하게 될 줄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