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사람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을 읽고

by 안현아


카페나 길거리, 공원, 하다못해 버스나 지하철 같은 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얼 보고 듣고 생각하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를 봤는지, 작품을 보고 어떤 생각이 났는지 물어보고 싶을 때도 있다.

산문집이나 에세이를 읽는 이유도 ‘사람’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타율이 높지 않아 자주 읽진 않지만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계속 다시 읽고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기도 한다.

소설이나 시집은 취향이 많이 갈려서 선뜻 보라고 권하지 않지만 산문집은 내가 좋다고 느끼는 부분들을 좋아하는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진다. ‘박준’이란 시인을 알게 된 것도 산문집이 먼저였다. 문장형의 제목이 좋았고 쓸쓸한 표지가 맘에 들었으며 내지는 갱지라 눅눅한 느낌이 들어 글과 잘 어울리겠다고 짐작했다.

그의 일상과 생각이 담긴 산문을 읽을 때마다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 감히 그런 생각을 해봤다. 그에게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은 왜 매번 쉽지 않은지, 글 쓰는 건 왜 이리 힘들고 끝이 안 보이는지.

뱉어내는 글자 하나하나에 들어가는 감정은 쉽게 발화되지 않는다. 쌓이고 쌓이다 다시 떠나간 사람에 대해, 지나간 작은 일들에 대해 토해내듯 말하게 된다. 숱하게 반복해 온 일임에도 면역은 생기지 않고 그저 ‘사람’을 또 한 번 믿어보려고 한다.

가끔 남해로 떠나는 것도 나와 비슷했다. 여행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문득 바다로 떠나고 싶을 때면 남해를 떠올렸다. 회사 일을 마치고 충동적으로 목포로 떠날 때도 그랬고 갑작스럽게 여수행 기차표를 끊었을 때도 나는 남해가 주는 조용한 바닷소리가 좋았다.

맑고 깨끗한 바다가 바위에 철퍽일 때마다 퍼져나가는 포말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도 저렇게 부서져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어딘가에 부딪히고 깨지고 세상에 흡수된다면 지금보다 삶이 힘들지 않을 텐데.

내게 남해는 도피처이자 안식처였다. 사방이 꽉 막힌 서울이나 수원이 아닌 바다가 있는 그곳은 한계에 다다른 나를 구해줄 수 있는 천국에 가까웠다.

책을 보면 지명이 나오는 제목이 많이 등장한다. 시인이 그곳에서 왜 이런 감정이 들었는지 궁금해져서 나도 그가 갔던 곳을 따라가고 싶다. 한 번도 실천하지 못했지만 빠른 시일 내에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에 도전하고 싶다. 인천, 경주, 여수, 협재, 벽제, 화암, 묵호, 해남, 혜화, 행신, 삼척, 연화리. 나는 그곳에서 어떤 것을 보고 어떤 글을 쓸 수 있을까.

지금 내 글은 이미 떠난 사람의 흔적을 찾아 탐구하고 느낀 점을 받아 적는 감상문에 가깝다.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 다시 쓰기도 하고 내가 쓸 수 없는 글을 통해 한 발짝 나아가기도 한다.

혼자서 하는 일이지만 온전히 혼자 할 수 없는 일이 글쓰기가 아닐까.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삶에 대해 알아가고 싶다. 그의 생애가 궁금해 산문을 닳도록 보는 것처럼.





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난다, 2017)


글쓴이: 현아 (https://instagram.com/withst4nd)

편집자: 민지

2023. 10.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