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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아 Nov 05. 2023

I, I, I

13. 나조차 나를 모르고


 사실은 내가 더 대단한 사람이었을지 모르는데 나를 모르고 방치했던 시간들이 후회가 된다. 변명처럼 들릴지 몰라도 정말이지 나조차도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 겨우 하나 끝냈다고 생각하면 다른 일이 몰아쳐 숨 쉴 시간도 주지 않았다. 내게 뭘 바라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 갑갑하고 막막했다. 대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은 누가 정해준다는 건지 의구심이 들었다.

 자신의 가치를 가장 빨리 알아차리는 나이는 언제일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면 지금의 내가 좀 더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 어릴 때 꿈꾸던 이상적인 사람이 되어 스스로에게 부끄럼 없는 사람이 됐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너무 많은 걸 모른 채로 흘려보내고 있구나.

 좀 더 들여다봤더라면 제대로 나에 대해 알 수 있었을까. 확신이 서지 않는다. 시간은 이미 흘러간 지 오래였고 멈춰 있는 곳에서 다시 나를 들여다볼 뿐이다. 아직 여기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느끼며, 끝없이, 고요하게, 숨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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