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어떻게 살았는지
알고 있을까.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왜 이렇게 사는지.
지난 일을 곱씹으며 떠올릴 때마다 속이 뒤틀린다. 누군가는 쉽게 잊어버리고 마는 일을 나는 십 년이 지나도 잊지 못한다. 누구의 잘못인지, 누구에게 참회를 바라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시간에서 마지막에 기어 나올 사람은 나뿐이라는 걸 안다.
세상이 한 번 뒤집혔고 사랑했다고 믿은 사람들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허황된 믿음을 껴안은 채 살았던 순간을 후회했다. 용서를 구할 상대는 내가 아니기에 사과를 바란 게 아니었다. 내게 필요한 건 한 번의 포옹이었지. 납득할 수 없는 말이 복도를 가득 채울 때 나는 울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이해할 마음은 없다. 모두에게 사정이 있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그것까지 내가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단지 내게서 그 사람들을 떼어내 지웠을 뿐이다. 미워하는 일에도 힘이 많이 든다는 걸 알았고 더는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 그런 사람들을 겪었고 그런 사람이 되지 말자는 다짐만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