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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현아 Nov 10. 2023

부표

17. 우울한 사람


 나는 우울로 점철된 사람. 나는 겨우 가지고 있던 먼지 한 톨마저 버리고 살아가는 사람.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사람. 늦은 밤에 겨우 눈을 뜨고 땅에 발을 디디고 있는 사람.

 멍해진 머릿속을 헤집는 죄악이 바벨탑 높이처럼 연거푸 쌓여가고 도무지 삶이란 걸 용납할 수 없을 때 해일이 나를 뒤덮어. 정해진 방도 하나 없이 부표처럼 바다 위에 떠다니는 너는 나를 지켜보기만 하지. 구할 수 없어서 구하지 않는 건지 구하고 싶지 않아 구하지 않는 건지 나는 알 길이 없고 차라리 없어져야 했을까. 그게 옳은 일이라면 못할 것도 없지. 너의 시선을 다 담아볼게. 나를 휘젓는 파도를 받아볼게.

 나는 아무것도 아닌 우울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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