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현아 Nov 18. 2023

죄인

19. 사람으로 태어난 죄


 너는 나를 두고 떠날 테고 그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손을 놓지 못하는 건 우리가 좀 더 나은 상황을 꿈꾸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아픈지 줄곧 경험해 놓고 자꾸만 한 몸이 되려고 하는 건 내가 외로움에 약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불행은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다. 작은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모진 바람을 계속 맞는 것도, 갖다 버려도 상관없는 마음을 미련이란 끈으로 만들어 손에 쥐어주는 것도, 네 생각 잠깐 했다고 토기가 밀려오는 고통에 잠 못 이루는 것도 다 사람의 형태로 태어나서 겪는 죄이다.

 우린 죄인이다. 죄인이어서 벌을 받는다. 우린 회개할 수 없다. 구원해 줄 신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태어나 죽기를 바랄 뿐이다. 그것이 우리가 태어나서 할 수 있는 유일한 기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적막한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