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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기 저 Feb 03. 2022

밀프렙에 대한 몇 가지 개인적인 기록들. (3)실전편下

4. 각론


1 ) 채소류

 영양적으로는 후순위일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고 중요시하는 재료이다. 채소의 존재는 식사의 양과 질을 동시에 높여준다.

 샐러드를 만들 때는 양상추에 채 썬 당근을 기본으로 한다. 당근은 좋아하기도 하고, 보관 시간이 길어 다량으로 살 수 있다. 또한 활용도가 높아 다른 다양한 방식으로도 섭취 가능하다. 양상추의 경우, 날씨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는 편이라 가격이 높다면 로메인, 치커리 등으로 대신하거나 파스타를 먹는다. 양상추는 한입 크기로 찢은 후 용기를 1/2 정도 담아 위에 채 썬 당근을 얹어둔다.

 파스타를 만들 경우 냉동 채소 믹스를 사용한다. 역시 당근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고 추가로 브로콜리와 컬리플라워가 들어간 제품과 그린빈과 왁스빈이 섞여있는 것을 번갈아 사고 있다. 한 끼에 100-150g 정도로 계산해 냉동 상태 그대로 끓는 물에 7-8분 간 삶아 식힌 후 용기에 담는다.  

 아, 추가로 완두콩을 아주 좋아해 샐러드든 파스타든 데친 냉동 완두콩을 꼭 넣어주는 편이다.


2) 단백질

 계란 : 계란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양질의 단백질을 제공한다. 한 끼에 삶은 달걀 한알 정도라면 질리지도 않고 계속 섭취할 수 있다.

***깨지지 않는 계란 삶는 법 : 을 찾아보면 식초나 소금을 넣으라고들 한다. 하지만 실제로 식초나 소금을(혹은 둘 다) 넣어도 넣지 않을 때와 결과가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삶기 전 달걀을 실온에 꺼내 놓는 것이다. 삶기 전 달걀의 온도가 가장 유의미한 차이을 만든다. 하지만 이 점은 흔히 시간의 단축이나 단순한 망각의 문제로 간과되곤 한다. 실온에 30분 정도 놔둔 계란을 끓는 물에 7-8분 삶으면 보통은 깨지지 않고 반숙과 완숙 사이의 계란을 먹을 수 있다.

 메인 메뉴: 닭의 가슴살, 돼지의 전지, 소의 우둔이나 사태 등 지방이 적은 부위를 사용한다. 그 부위들의 저렴한 가격도 이유지만, 조리된 육류를 냉장 보관 후 먹기 때문에 지방이 많은 부분은 오히려 잡내가 날 수 있다. 마지막에 소스를 얹기 때문에 최소한의 간만 하나 닭가슴살은 보통 삶기만 하면 뻑뻑할 수 있으므로 염지 후 삶는다. 한 끼당 100-150g으로 굽거나 삶아 담는다.

***부드러운 닭가슴살 염지법 : 물 500ml 기준 식용 베이킹소다 1T, 소금 1T, 설탕  1T 굴소스 1T를 넣고 잘 섞은 후 냉동의 닭가슴살을 담가 12시간 염지 후 삶으면 부드럽고 간이 잘 밴 닭가슴살을 먹을 수 있다.


 3) 탄수화물

 출근 후 간식을 항상 먹는 편이기에 굳이 도시락에까지 채워주기에는 이미 충분한 영양소일 수 있으나, 퇴근 전까지 내가 나를 버텨내려면 없어서는 안 될 영양소이다. 양 조절의 용이함, 조리 시의 간편함, 섭취 시의 깔끔함을 이유로 숏파스타를 주로 먹는다. 펜네, 리가토니, 푸실리 등 그 종류는 상관없다. 최근엔 통밀 파스타의 식감이 좋아 지금은 미주라의 통밀 푸실리를 먹고 있다. 한 끼 50g 정도로 계산하여 소금을 조금 많나 싶을 정도로 넣은 끓는 물에 봉투에 적힌 알덴테 권장 시간보다 1분 정도 짧게 삶아 식힌 후 용기에 담는다. 속이 씹히는 식감을 좋아하기도 해서고 먹기 전 전자레인지로 데우면서 조금 더 익기 때문이기도 하다.


4) 소스 및 기타 등등

 아주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소스만큼은 단연코 사는 게 좋다. 편리함은 물론 비용에서나 맛에서나 이길 재간이 없다. 토마토나 바질 페스토를 주로, 시중의 파스타 소스를 그때그때 돌아가면서 산다. 각 재료를 다 담은 용기에 1-2T 정도 위에 얹기만 해 먹기 전 전자레인지로 데워 섞는다. 이 정도 양이면 평소 실제 파스타에 필요한 양의 1/4-1/3 되는 양으로 슴슴하게 먹을 수 있다. 샐러드의 경우, 마요네즈를 기반으로 한 소스를 먹는다. 맛 종류 별로 마요네즈를 사기에는 마요네즈의 유통기한이 짧기도 하고 양이 많기도 하다. 마요네즈를 산 후, 가지고 있는 재료를 섞어 만든다. 마요네즈에 디종 머스터드, 설탕을 넣은 허니 머스터드소스나 파프리카 가루, 스리라차 소스를 섞어 만든 스리라차 마요를 만들어 먹는다.

그 외 냉장고에 있다면, 더해주는 것들: 소포장된 피티드 올리브(마다마 올리바), 잘게 간 그라나 파다노나 체다 치즈, 얇게 썬 아보카도 1/2, 같이 마실 아몬드 밀크나 탄산수


5. 중간점검

 목표한 끼니 수나 끝나는 시점을 따로 정한 건 아니어서 딱히 중간이라는 것도 없겠으나 어찌 됐든 아직은 계속하고 있는 중이니 중간 점검이라 한다.

 기대 이상이다. 현재까진 만족스럽다.

 먼저, 가장 단적인 이득은 영양적인 부분이다. 편의점이나 구내식당을 먹으면 과하게 먹기 쉽다. 구내식당에서처럼 음식을 직접 덜거나, 편의점에서처럼 그때그때 사게 되면, 당시의 허기로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많이 덜거나 사게 된다. 혹시 그렇더라도 먹다가 적당히 허기가 차면 그만 먹으면 되는데, 나는 그런 절제력의 소지자는 아니므로 으레 다 먹게 된다. 반면 미리 만들어 놓은 도시락은 먹기 전 얼마나 배고픈지에 상관없이 매끼 일정한 양의 칼로리를 섭취하게 되고, 또 막상 다 먹고 나면 적절히 배부르다. 이렇게 되면 다이어트를 굳이 하지 않아도, 저녁을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술 약속이 얼마나 자주 있어도 웬만하면, 살이 찌거나 또 빠지지 않는다.   

 다음은 비용의 문제이다. 최근 만들고 있는 파스타에 드는 비용을 대략으로 계산하면, 먼저 필수 재료로는 파스타면 (미주라 통밀 푸실리 1kg,5580원, 한 끼당 600원) / 냉동 야채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블렌드 2kg / 12000원 한 끼당 600원) / 계란(15구 / 8000원, 한 끼당 500원) / 닭가슴살(하림 냉동 닭가슴살 2kg / 14000원, 한 끼당 700원) / 소스(오뚜기 프레스코 토마토소스 600g / 4000원 한 끼당 250원). 그 외 비용 들을 생각해도 한 끼당 많아도 3-4000원이 넘지 않는다. 이는 지금 직장 구내식당 한 끼당 비용보다 싼 편이고, 편의점에서 '제대로' 먹으려는 비용보다도 적게 든다. 편의점에는 워낙  다양한 제품이 있어 가격대도 선택에 따라 다양해지지만, 컵라면같이 일회적으로 먹을 것이 아니라 꾸준히 먹을 정도의 음식을 사려면 해 먹는 것보다는 많이 든다.  

 가장 좋은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점심 식사에 신경 안 써도 된다는 점이다. 남들은 내가 점심을 아주 노력해서 챙겨 먹는다고 하지만, 이 루틴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만 한다면 그때부터 필요한 것은(적어도 나에겐) 도시락을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 말고는 없다. 그 외에는 부족해진 재료를 그때그때 사는 노력만 더하면 된다. 반면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하면, 매주 혹은 매일 식단표를 확인하고 오늘은 어제보다 맛있을지 혹은 내일은 오늘보다 맛이 없을지 신경을 쓰게 된다.(동시에 꽤 큰 재미이기는 하다.) 편의점을 간다고 하면, 이번엔 선택이 문제이다. 어제와는 다른, 동시에 내일과는 또 다를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 큰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선택의 자유가 항상 개인에게 행복만 주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무엇보다도 아직은 내가 하고 싶다는 점이다. 영양이고 비용이고 스트레스를 떠나서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는 행위 자체가 아직 나에게 재미를 준다. 그렇기에 만약 도시락이 영양적으로 더 불량하고, 비용이 더 들었다 하더라도 아마 아직까지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글 전체가 단지 재미라는 주관적인 이유를 합리적이어 보이게 위해 덧붙인 변명들 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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