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막. 그믐
죽고 싶다.
이 한마디는 세상을 끝내는 주문이 아닌,
가장 활력 넘치는 신호이다.
부자든, 거지든,
남자든, 여자든,
젊든, 늙었든,
죽음은 늘 예고 없이 밀려오지만
그 누구도 원할 때 찾아오지는 않는다
탄생과 죽음
그 사이를 채우는 것은
우리가 버틴 날들의 치열함뿐
죽고 싶다는 말은
살아 있음을 방증하는 위대한 언어,
삶을 부르는 숨소리이자
죽음이 아니라 삶을 위한 처절한 절규다.
우리는 안다.
죽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 산다는 것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저 차가운 시멘트 바닥.
거기 누워 죽어가던 과거의 나를 지나
나는 살리라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나의 내일을 위해
나는 항해하리라
보이지 않아도 분명 존재할 그 점을 향해
나는 나아가리라
내 그림자를 뒤로 두고, 저 찬란한 운명으로
살고 싶다.
내게 남은 모든 시간을,
지금 이 순간부터
내 하늘에 해가 져도
결국 나를 이끌 달과 별이 뜰 것을 알기에.
나는 앞으로 나아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