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병

3막. 보름


가끔 어떤 냄새를 맡으면

머릿속 어딘가에서 기억이 물결처럼 피어오른다


오래된 책장에서 풍기는 눅눅하고도 다정한 향,

장마철, 어린 시절 빗속에서 뛰놀며 맡았던

흙내음과 빗물 냄새,

첫사랑의 숨결에 스며 있던 푸르고 아련한 잔향—

나는 코끝으로 내 추억을 더듬는다


길을 걷다 우연히 스치는 향에

잊었던 기억이 불쑥 고개를 든다


참 이상하다.

그때로 돌아갈 수는 없는데,

냄새는 종종 그 순간을 생생히 불러내고,

때로는 그리움 속에 남겨진 결핍을 더 또렷하게 만든다


추억의 냄새,

혹은 과거의 향수


그 이름을 알 수 없어도,

나는 다시금

나를 멈춰 세우는 향기들과 마주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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