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삭
똑. 똑.
정수기에서 차가운 방울이
흐트러진다
어두운 복도엔
그 소리만이 떠다닌다
냉수가 틀어진 걸까
가보면
아무 일도 없다
물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다
다시 돌아와
가만히 있으면
톡. 톡.
복도로 나가 정수기를 본다
고요하다
물 한 방울 없다
그냥 나온 김에
물 한 컵을 받아
조용히 앉는다
툭. 툭.
또 한 번, 물소리
아뿔싸
이건 정수기가 아니었구나
차가운 물은
정수기가 아닌
내 눈에서 나왔구나
조용히
책상에 엎드리며,
차가운 눈물과 닮은
내 물 한 줄기를 쓸어낸다
뚝. 뚝.
정수기에서 물소리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