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그대

2막. 초승


자기만 아는 사람

사과는 바라지만 먼저 말하지 않는 사람

공감은 받고 싶어도 주지는 않는 사람

고맙다는 말은 아끼면서

상처 주는 말은 툭 던지는 사람

말의 책임은 피하면서

침묵의 권리는 주장하는 사람


나를 질려 하고

나를 버거워하고

나를 싫어할 수도 있는 사람


연락은 뜸하지만

내 연락엔 빠르게 반응을 원하고

혼자 있고 싶다 말하면서도

외로움은 타인의 책임이라 여기는 사람


나의 배려는 의무가 되고

당신의 배려는 조건이 되고

내 감정은 지나치다 여기면서

당신의 감정은 예민하게 들춰내는 사람


그렇게 모순되고,

이기적이고,

때로는 잔인하고,

때로는 너무나도 무심한,


그럼에도,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그 마음이 사랑인지

그저 익숙함에의 집착인지

버려질까 두려운 나의 불안인지

내 안에 맴도는 허상의 반영인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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