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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씨작가 Sep 10. 2024

미술작가쉽지않아요?

9번공은 노랑





미술작가가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그중에서도 성공하는 예술가가 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이 길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고, 그래서 설명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마음 깊숙이 끌림이 느껴지는 순간, 그때 바로 행동하는 것이 최선이다. 왜냐하면 그 영감은 금세 사라지기 마련이고, 시간이 흐르면 체력마저도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배 작가들이 "젊을 때 큰 작업을 많이 하라"는 조언을 하는 것이다. 그 말은 분명 진리다.


light house _ 직경 50cm _ Acrylic and ink on canvas _ 2023 



나도 지금 내 작업 중 가장 큰 사이즈인 120호 작품을 집에 보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200x180cm 크기의 캔버스 작업을 그리기 위해 밑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전시를 준비할 때 팔릴 작품만 그리면 좋겠지만, 그것이 작가로서 용납되지 않는다. 자기 복제를 피하고 싶고, 더 나은 작품을 계속 추구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다.



사랑을 싣고서 _ 사랑을싣고서_ 60.6X60.6 cm_ Mixed Media_ 2021




결혼 전, 몇몇 예술가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때 느꼈다. 예술가는 결혼하기 참 어렵겠구나. 나 역시 그 당시엔 그들의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들은 항상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고, 함께 나눌 이야기는 없었다. 오직 작품에 대한 설명뿐이었다. 혹시 나도 그런 사람이 될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나는 작업에 대한 질문이 오지 않는 이상, 나의 작품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작가들끼리 모이면 작품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일반인들과의 대화에서는 작품에 몰두한 나의 세상을 꺼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정말 미친사람이 되면 그때야 작가로 인정받는구나"라는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굳이 일반인들에게 'X라이'로 불리고 싶지 않다면 작품 이야기는 입 밖에 꺼내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결심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작가들은 결국 서로 모여 수다를 떨게 되고, 전시 오프닝은 작가들의 만남의 장이 되는 것 같다.






더 중요한 것은 컬렉터들을 만나는 일이다. 그러나 작가들끼리만 어울리다 보면 점점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 든다. 내가 서울에서 작업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19년, 어느새 6년이 흘렀다. 부산에서의 시간을 포함하면 나는 8년 차 작가가 된다. 이 시간이 왜 힘들었는지 생각해보면, 미술계의 '승자 독식' 구조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가장 으뜸이 되지 못하면, 작품은 쌓일 수밖에 없다. 언젠가 팔리는 때가 오겠지만, 그 기회가 올 때 작품을 모두 팔아야 한다는 것도 운이 따라야 하는 일이다.





#espresso in love #gray _ 72.7X72.7cm _ Acrylic & ink on canvas panel _ 2022





작품을 사고파는 것도 결국 시장의 원리다. 아끼는 작품이라도 시장에 내놓아야 하고, 팔리지 않으면 안 팔린 작품으로 분류된다. 옥션에 작품을 내놓을 때도 구매자가 있을 것 같을 때 내놓는다고 한다. 그래서 노출된 그림이 선호받고, 많은 작가들이 큰돈을 들여 페어에 참여한다. 하지만 초대받은 전시가 아닌 경우가 많고, 그렇게 참여하다 지쳐 포기하는 작가들이 생긴다.





결국 작가가 중요한 것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지만, 그 역시 '선택'을 받는 일이다. 백남준 화백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지만 작품가치는 저평가되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의 작품 <다다익선>이 다시 가동될지 의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미디어 설치 작품도 결국은 USB 저장매체 속 기록물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이면 작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들 하지만, 요즘은 그 수명이 더 길어져 20년은 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청년기를 지나 마흔이 된 지금도 나는 "미술작가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누군가가 내게 묻는다. "왜 미술작가는 어렵다고 생각하나요?" 그 질문에 릴스로 답을 올려볼까도 생각해봤다. 작업을 할 수 있는 여유만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사치일 수 있겠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를 기록하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꾸준히 내 작업을 기록한다. 이 모든 과정이 나를 만드는 시간들이었으니까.






2023년 갤러리 인사아트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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