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 빨간 띠공
작가에게 고양이는 단순한 반려동물을 넘어 감정을 나누는 소중한 동반자다. 특히 겨울이면 포근하게 안기고, 피곤할 때는 어느새 내 발밑에서 잠들어 있는 블루를 보면 더욱 그렇다. 요즘 블루는 사람처럼 "야옹"하며 대화를 시도하는 것 같아, 나도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눈빛을 교환하려 노력한다. 마치 고양이와 소통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순간이 참 묘하다.
이 러시안블루 고양이, 블루는 특유의 밝은 털 색 때문에 때로는 샴 고양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매력에 나는 자주 빠져들어 뽀뽀를 하고 만다. 하지만 너무 과하게 표현하면 살짝 물고 도망가는 블루의 반응에 나도 적당히 사랑을 주는 법을 배운다. 가끔씩 화가 나서 꼬리가 열 배는 커지는 모습을 본 적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에는 기지개를 켤 때가 가장 멋져 보인다.
낯선 손님이 오면 옷장 속으로 숨어드는 블루를 보면, 나를 믿고 의지하는 존재라는 것이 새삼 느껴져 집사로서의 책임감이 더 커진다. 예방 접종을 위해 작은 캐리어에 넣어야 할 때면 고양이의 유연함을 믿지만, 그래도 조심스럽게 챙긴다. 고양이 발톱을 자르고 물과 사료를 챙기는 일상 속에서, 나는 이 작은 생명체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주고받는지를 알게 된다.
블루는 사람보다도 매력적인 얼굴과 매끈한 털로 내 눈을 사로잡는다. 커다란 눈빛과 긴 꼬리, 그 섬세한 동작은 내게 늘 신비롭고, 그래서 가끔은 그림을 그리다가 블루를 관찰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고양이가 하루 종일 자기 몸을 단장하며 부지런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가장 게으른 듯하면서도 가장 부지런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집사로서 3년째, 나는 블루와 함께 지내며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블루가 내게 주는 무한한 사랑 덕분에, 내가 씻고 나올 때 발을 부비는 순간마다 행복이 밀려온다. 블루는 내 발소리를 기억하고, 현관에 서 있을 때 더 반가워한다. 그 지혜롭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나는 매일 더 많은 사랑을 주고 싶어진다. 낮과 밤이 달라 함께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낮에 함께 보내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언젠가 내 그림에 너를 그릴 거야,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너의 모습과 매력적인 꼬리까지. 강아지풀처럼 기다란 너의 까만 꼬리털은 잡고 싶을 만큼 매력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