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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아씨작가 Sep 10. 2024

당신은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나요?

10번 파랑 띠공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신문이었다. 우리 집은 TV를 자주 보지 않았고, 라디오는 시간이 맞지 않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유일하게 신뢰하던 것은 조간신문이었다. 신문은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어서 확증 편향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었다. 만약 내가 보고 싶은 것만 읽고 듣는다면,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있었다. 온라인 세상은 이제 딥페이크와 같은 조작된 이미지와 영상으로 넘쳐나고 있다. 공영방송조차도 신뢰받지 못하는 이 시대에서, 신문을 읽지 않으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는 종이 신문이 점점 사라지는 세상 속에서도 매일 짧지만 집중해서 신문을 읽는다. 비록 모든 기사를 다 읽지 못할지라도, 글을 읽는 것이 영상을 보는 것보다 오래 기억에 남아 좋다.



직경 76.2cm _ 당.구.공  Acrylic&ink on canvas _ 2023


신문 스크랩


어제는 신문 배달 아저씨가 다른 신문으로 바꾸자고 했지만, 나는 여러 번 거절하고 계속 보던 신문을 고집했다. 어린이 신문도 가끔씩 읽는다. 그 신문은 정보가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때로는 아이디어가 번뜩일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손가락이 다섯 개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어린이 신문 덕분에 그 질문을 접하게 되었다. 또한 전쟁 속에서 필요한 의학 기술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 것도 어린이 신문 덕분이다.




신문스크랩




우리는 장애인의 고충이나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삶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을 들으며 살지만, 실제로 건강을 잃었을 때서야 그 의미를 깨닫는다. 우리 삶은 늘 시간에 쫓기며, 보호받지 못한 채로 흘러간다. 




신문스크랩




나는 예술이야말로 보통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돈도 중요하고 시간도 귀하지만, 예술은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인간이 만든 오락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즐거움을 위해 오락을 만들었고, 단조로운 삶 속에서 재미를 찾으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종이 신문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대의 흐름을 가장 잘 전달하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신문스크랩



나는 '시대'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의 첫 문장, “최고의 시간이면서,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금 우리의 시대도 마찬가지다. 지혜로우면서도 어리석고, 믿음과 불신이 공존하는 시대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모습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빛의 계절이면서도 어둠의 계절, 희망과 절망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 시대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진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모든 것을 잃은 듯한 느낌을 받는다. 천국으로 향하다가도 지옥으로 떨어지는 듯한 불안함 속에서 인간은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신문스크랩



불안은 예술에서도 자주 드러난다. 나 역시 스무 살 시절,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 스케치를 하며 거칠고 투박한 판화 작업을 하곤 했다. 그것은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나의 모습이었다. 지금은 불안함보다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그리지만, 여전히 예술가의 삶은 불투명하다. 그래서 언제나 '지금'이 가장 소중하다. 미래를 지나치게 고민하면 현재를 즐길 수 없고, 과거를 돌아보면 그리움에 젖어 현재가 슬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현재를 살아가는 예술가의 삶을 사랑한다. 지금이 가장 좋은 시간이고, 나의 시대는 바로 '지금'이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은 어느 시간 속에서 살고 있나요? 나는 낮에 밤 라디오를 들으며 몽상가처럼 나의 삶을 그린다. 그래서 나의 시간은 당신과 조금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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