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아씨작가 Sep 10. 2024

콜라보레이션이란?

8번공은 까망






동대문 방산시장을 자주 가게 된 건, 세마실크 사장님을 알게 된 이후다. 우리는 DDP 디자인 페어에 참여하는 작가와 기업가로서 만나게 되었다. 40년 동안 실크 사업을 이어온 사장님은 새로운 영감을 찾고 싶다고 했다. 오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직경 76.2cm _ 당.구.공  Acrylic&ink on canvas _ 2023



우리가 협업으로 만든 상품은 스카프였다. 내 작품의 이미지를 보고 사장님이 선별한 몇 작품으로 제작이 시작되었다. 스카프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기 어려웠지만, 실크라는 소재가 나의 RGB 컬러를 돋보이게 해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다양한 크기로 제작했지만, 판매 실적을 보면 대형 스카프가 더 인기였다. 2023년 개인전 오픈에 맞춰 대량으로 제작했고, 남이섬 아트숍에서 ‘나미나라’ 스카프를 전시, 판매했다. 남이섬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이었기에 이곳은 내겐 가장 좋은 마케팅 장소였다.




그 외에도 협업 제안과 작품 렌탈 요청이 들어왔다. ‘두 사람을 위한 축배’라는 작품은 LED 이미지로 명동, 강남, 일산 병원 인테리어에 사용되었다. ‘나미나라’ 작품은 스타트업 드라마에, ‘에스프레소’ 작품은 ‘결혼 백서’ 드라마에 등장했다. 2021년 이후로 개인전은 아니었지만, 작가로서 작품 세계를 알리는 기회를 얻었다.


두 사람을 위한 축배 _ 캔버스에 아크릴 _ 73x91cm (30호) _ 2023




KBS 시청자 탐사대에도 출연했다. 방송국에 출연해 대본대로 이야기하려니 많이 떨렸다. 조금 틀려도 될까 걱정했지만, 편집은 없었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방송에 나갔다. 카메라는 멀리 느껴졌지만, 그날 나미나라 쁘띠 스카프를 맨 기억으로 남아 있다.




자유로운 색과 선을 찾는 것은 나의 중요한 고민이다. 누구나 자유를 꿈꾸지만, 그 꿈은 쉽지 않다. 화가의 길은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나는 그 길을 택했고, 내 작품 세계는 끊임없이 확장된다.  유영국 작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날이었다. 그가 1935년에 자유를 찾아 유학을 떠나 문화학교를 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배고픈 서민들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영국이 삶 속에서 자유롭게 산을 그렸듯이, 나도 자유롭게 색의 공을 그리는 작가가 되고 싶다.





누구나 자유를 꿈꾸지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그리 자유롭지 않다. 유영국은 일찍이 자신의 길을 선택했고, 그 길은 화가로서의 험난한 길이었다. 나 역시 예술가의 길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가고 있다. 화가의 길을 가라는 사람은 없지만, 그 길을 택하는 것은 예술가 본인의 선택이다. 나는 그 길을 선택한 이유가 마음의 눈과 귀가 열려 있을 때 비로소 보이는 세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세상 속에서 나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골방에 숨어 있지는 않는다. 오히려 세상 속에서 나의 이야기를 나누며, 왜 예술가의 작품 세계가 결국 삶과 맞닿을 수밖에 없는지를 말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로 방송에 출연했을 때도, 색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확실히 알게 된 건, 나만의 색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보색 대비로 만들어내는 그 감정의 충돌. 두 색이 만나 마주칠 때 나는 그 느낌의 선상에서 색을 더하고 남긴다. 그래서 나는 색의 감정을 단 하나로 정의하고 싶지 않다. 내가 다양한 색으로 나의 색을 그리는 이유는, 색과 색이 만나 또 다른 감정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유영국 작가의 작품과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두 색이 만날 때 서로의 경계에서 영향을 덜 받도록 아주 가느다란 선 하나를 넣는다는 것이다. 세상이 결코 하나로 통일될 수 없는 것처럼, 각자의 색은 섞이지 않고 제 색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나에게 왜 단색으로 그리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포켓볼에는 16개의 공이 있고, 그중 주인공인 하얀 공은 다양한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지만 그 공은 하나의 색으로 정의할 수 없다고 말이다. 나의 색을 맛으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슈팅스타일 것이다. 나의 스카프 속 그림이 회전하는 장면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색들이 나를 하늘로 데려다줄 것만 같다. 





2021 DDP 디자인페어 


2021 DDP 디자인페어 설치컷




espresso NY _ 72.7X72.7 _ Acrylic & ink on canvas panel _ 2021 



에스프레소NY_no2 45X90 Acrylic & ink on canvas panel_202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