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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10년 뒤의 나에게

by 김지만

지만아 안녕? 10년 전, 브런치에서 글을 적고 난 뒤, 마지막에 글을 썼던 거 기억나니?

그만큼 너는 10년동안

꽤, 나름, 열심히, 살았어.


물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수없이 의심하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 기간 또한 값진 순간들이었다고 생각해.


건강을 위한 일보 후퇴는 이보 전진을 위한 순간이었어.

약을 먹는 것도 힘들었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내가 펼칠 수 있는 역량을 이것때문에 놓치게 될 것 같은 조바심과 불안감, 아쉬움이었지.

하지만, 그 감정들을 흘려보내고, 지금 살아있는 내 몸에게 잘해주는 것이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생각에 조금씩 힘을 내게 되었어.


지금은 새로운 그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겠지?

세상이 뜻대로 하게 되고, 나는 그 길로 가겠지만,

그럼에도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발견하고

내가 꾸준히 재밌게 할 수 있는 분야를 발견하고, 너의 촉이 맞는 공간에서

공부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나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20대 후반에 많이 답답하고, 힘들었잖아.

근데 지금은 그것들이 나를 성장시키는 성장통이었다는 걸 지금은 알아.

그 때 만약 이 느낌을 알았으면, 더 깊게 감정을 느끼지 못했겠지.

이런 걸 두고, 어른들은 '모르는 게 약이다.' 라고 하는 것 같아.


때론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시대의 목소리가 있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나를 잃게 하기도 해.


나는 세상이 천지개벽할 수준으로 바뀌어도, AI 가 아무리 기승을 부리고, 새로운 뭔가가 등장하고 사라진다 해도, 가장 변하지 않는 것은 ' 나 자신을 알라.' 는 거야.


내가 가진 감정 패턴, 내 집중 순간들, 내가 애정을 가지는 것들, 어떤 형태에 애정을 갖고 사랑을 갖는지,

사랑을 나누는 형태, 내가 선택을 할 때 고려하는 것들,

이런 것들은 개인마다 너무 다르고, 이건 부모도, 가까운 친구도, 연인도 모든 걸 다 알 수 없어.


세상에 점점 오래 있을수록, 세상은 너를 익숙하게 대하고 마구 대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사랑하며 살아주자. 집중하지 못하게 하는 환경 속에서도 계속 감정을 표현하고, 새로운 걸 배우고, 기본을 지켜나가면서 말이야.


물론 나도 알 수 없을지도 모르지.

그럼에도, 전반적인 대략적인 나에 대한 틀만 알아둔다면,

쉬어야 할 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를 구분할 수 있을거야.

그것이 너의 강점이자 여유를 만들어주고, 선택에 자신감을 갖게 하겠지. 그거면 돼.


이번 10년도 그동안 정말 잘 해냈어.

지구는 정말 멋있는 일이 가득하고 예측 불가능한 일이 가득한 공간이니, 거기서 웃음을 잃지 않는 지만이가 되었으면 해.



_ 하영 드리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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