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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석주 변호사 Sep 19. 2017

진실은 없다. 오직 해석만 있을 뿐

240번 버스 사건을 바라보며 

  

사람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 바로 법원재판과 검찰에서의 조사이다. 그런데 이들보다 더 섬뜩한 것이 있다. 여론재판이그것이다. 인터넷상 화제가 되고 그 화제의 중심에서 비판을 받는 것 만큼 그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 또 어디에 있을까?


여기 몇가지 사례를 보자. 짬뽕집에서 고로케를 시켰는데 케첩이 적게 나왔다. 손님은 케첩을 더 달라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사장이 다짜고짜 욕을 하면서 나가라고 한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어느 식당에서 임산부가 종업원을 "아줌마" 라고 불렀다. 이에 화가난 종업원이 소리를 지르자 임산부는 식사를 중단하고 나온다. 그런데 뒤에서 "XX년 너 오늘 너 오늘 잘 걸렸다" 라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종업원이 머리채를 잡았다. 자신이 임신 6개월이라고 밝혔음에도 종업원은 배를 걷어찼다.

아무래도 짬뽕집 사장이나 식당 종업원에게는 심각한 성격장애가 있음이 분명하다. 케찹 더달라고 한 것이나 아줌마라고 부른 것이 크게 잘못한 것인가? 임산부의 배를 걷어차는 것이 사람이 할 짓인가?

위 사례들은 모두 한 때 인터넷 상에서 떠들썩 했던 사건들로서 소위 선릉역 짬뽕사건, 채선당 임산부 사건으로 불린다. 논란이 되자 식당 주인이나 종업원에게는 수많은 비난여론이 형성되었고 그로인해 식당 경영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여기서 위 두 사건에 대한 다른 주장들을 들어보자. 
먼저 짬뽕집 주인의 애기이다. 여자와 남자가 처음 가게에 방문했을 때는, 짬뽕을 시키고 단무지를 3시간 동안 리필해서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한다. 종업원은 시종일관 여자와 남자에게 공손하게 대했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며 무례하게 군건 여자와 남자 였다고 하였다. 채선당 식당 측은 먼저 욕설을 퍼붓는 등 시비를 건 것은 임신부 쪽이었고 식사를 중단하고 나간 것도 아니고 다 먹고 돈도 안 내고 나가버렸다고 한다. 너무나 심한 욕설을 하며 나가자 종업원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뒤에서 밀쳤는데 싸움이 커져버렸지만 하지만 종업원은 임산부의 배를 찬 적이 없고 오히려 종업원이 손님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배도 차였다고 해명했다.

같은 사건들이라고 미리 인식하지 못했다면 도저히 동일한 사건들이라고 생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처음 한 쪽 당사자의 입장만 들으면 그 상대방은 상식이 없고 무례하다. 그런데 반대로 다른 일방의 말을 들으면 오히려 다른 상대방이 몰상식하다. 사건은 하나인데 어떻게 사람마다 말이 다를까? 그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누구나 모든 상황을 본인이 유리하게 해석하고 스스로 합리화시키기 때문이다. 사람은 각자 받아들이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어느 누구도 당시 모든 상황과 여건들에 대해서 모두 알지 못한다. 본인이 인지한 극히 일부의 상황들만을 기초로 판단한다. 대다수의 범죄를 저지른 자들도 그들 나름대로 각자 이유는 있다. 그들의 애기를 듣고 있자면 심지어는 그들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겠구나라고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논란이 됐던 사건들의 상당수는 채선당 임산부 사건이나 선릉역 짬뽕집 사건과 같은 흐름을 띤다. 먼저 일방의 주장을 통해 사실이 왜곡되어 인터넷 사이에 논란이 된다. 그 와중에 그 상대방은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사람으로 취급된다. 그러다 어느 계기를 통해 상대방의 주장이 소개되거나 사건의 경위가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밝혀지면 상황은 급반전된다. 

최근 논란이 된 240번 버스 사건도 역시 여느 인터넷상 논란이 됐던 사건들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240번 버스의 운전기사가 어린아이 혼자만 먼저 내린 것을 확인하고도 뒷문을 열어 달라는 엄마의 요구를 무시하고 출발하였다고 하면서 버스기사를 성토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이후 이러한 내용에 동조하는 제3자의 글도 함께 올라왔다. 이러한 내용은 삽시간에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퍼졌고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내리게 되었다. 그 내용을 접한 네티즌들이 버스기사를 성토하는 글을 올리면서 심지어는 버스기사를 해고해야 한다는 청원운동이 전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후 서울시와 버스회사가 밝힌 내용은 지금껏 알려졌던 것들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아이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7살의 아이였고 스스로 먼저 내렸다는 것이었다. 당시 주변 교통상황에 미루어 볼 때 도저히 중간에 아이의 어머니를 내려줄 상황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번 240번 버스 사태에서도 다시한번 인터넷 여론재판의 위험성을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어느 일방의 주관적인 상황해석과 익명성에 숨어 그에 지나치게 폭력적으로 동조하는 네티즌들, 그들의 사실왜곡에 따른 다른 상대방의 회복할 수 없는 피해발생, 추후 상황의 반전, 이러한 사건들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본 요소들이다.

진실은 저기너머 어딘가에 있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완벽한 진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각자 당시의 상황에 대한 해석만이 존재할 뿐이다. 각자의 해석에는 제한적인 정보취득과 자기 스스로의 합리화에 따른 왜곡된 부분이 존재한다. 결국 표면상 드러나 있는 상황에 대한 적절한 비판은 필요하다. 그러나 항상 다른 가능성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 100%의 진실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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