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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석주 변호사 Sep 21. 2018

발목 수술과 함께한 여름(3)

수술 당일의 잊지못할 기억

수술 당일 아침이 밝았다. 8시 쯤 간호사가 다가와 11시 경 수술실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전달해주었다. 그때부터 였던 것 같다.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한 것은.... 간호사로부터 수술용 환자복을 건네받았다. 수술용 환자복은 발 수술을 위해 특수 제작된 것으로서 엉덩이부터 시작해서 발끝까지 옆부분이 모두 트여 있었다. 아무리 조신하게 누워있더라도 팬티가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수술용 환자복을 입은 채 노출된 내 오른쪽 다리를 보니 웬지 내 신세가 처량했다.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수술실에 들어갈 시간만을 기다렸다. 수술실로 나를 이동시켜줄 분이 정확히 11시 쯤 나를 데리러 오셨다. 아내에게는 괜찮다며 애써 침착한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지만 이미 머리속은 하애진 상태였다. 내가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 내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이동하는데 하얀 천장을 보고 있자니 마치 이 상황이 꿈만 같았다.

수술실에 도착한 후 문 앞에 대기했다. 나를 마취시켜 줄 마취의사가 내게 와서 척추마취를 시행할 것이며 진정제를 투여해 내가 잠든 상태에서 수술이 진행될 것임을 알려주었다.(지금 생각해보면 마취의사는 아주 친절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때의 나는 마취의사가 너무 무신경하다고 느꼈다. 그정도로 그때 나는 흥분 최고조의 상태였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티비에서나 보던 동그란 수술실 조명등을 마주했다. 마취의사가 시키는 대로 새우자세를 했고 마취의사는 신속하게 내 등에 마취바늘을 꽂았다. 바늘을 꽂는 즉시 나는 정신을 잃었다. 이후 눈을 떠보니 회복실이었다.



내가 정신을 차리자 간호사는 나를 곧장 병실로 올려보냈다. 병실에 도착하고 보니 내 오른쪽 발에는 붕대와 깁스가 채워져 있었다. 비로소 수술이 끝난 것을 실감했다. 아직 오른쪽 발의 감각이 돌아오지 않아 얼얼했다. 정신이 몽롱한 것을 제외하고는 어디 하나 아픈 곳은 없었다. 이미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발목수술(변형 브로스트롬 술식)의 통증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수술 후 2~3시간이 지나도록 아프지 않은 것을 보니 혹시 나는 보통의 환자들과는 다르게 통증이 적은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것은 앞으로 다가올 고통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자기 방어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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