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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석주 변호사 Nov 02. 2018

영화 '터미널'를 보고

영화같은 현실에 대하여

영화 “터미널”을 보았습니다. 과거 대학원에서 이민법 수업을 들었는데 그 수업에서 지도교수님이 이 영화를 추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참동안 잊고 있었는데 우연히 한 영화 사이트에서 이 영화를 알려지지 않은 명작영화 중 하나로 언급하고 있어 별 고민없이 감상을 시작했습니다.

      

“터미널”은 독특한 구성의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나보스키는 크라코지아라는 작은 나라의 국민입니다. 그는 조국 크라코지아를 떠나 미국 뉴욕공항에 입국하여 입국심사를 받게 됩니다. 나보스키가 비행기를 타고 오던 도중 크라코지아에서는 내란 사태가 발생해 무정부상태가 되었고 나보스키의 여권은 사실상 무효가 됩니다. 여권과 비자가 무효가 되었다는 이유로 나보스키는 뉴욕을 앞에 두고 입국이 불허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크라코지아로 돌아가는 비행기도 끊기게 되어 그때부터 나보스키는 기약없은 뉴욕공항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실 이 영화의 설정이 단순히 황당한 것만은 아닙니다. 외국인이 어떤 나라에 입국하려면 그 나라의 입국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입국허가를 받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효한 여권를 소지하고 비자를 미리 발급받아야 되는데 유효한 여권이나 비자를 발급받지 못하거나 기타 관련법에서 정하고 있는 입국금지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그 외국인은 입국을 금지당하게 됩니다. 입국을 금지당하는 경우 그 외국인은 자국으로 다시 송환되는데 그 외국인이 무국적자인 경우, 어떠한 사유로 인하여 송환할 적당한 국가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난민신청 등의 사유로 송환을 거부할 수 있는 경우에는 결국 공항에서 한정 없이 입국이나 출국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들어오지도 못하고 돌아가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처지의 외국인들은 결국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공항으로 제한되어 심각한 인권침해 현상이 발생합니다. 영화 ‘터미널’에서 보는 것처럼 공항 화장실에서 씻고 공항에서 잠을 자는 것이 실제로 세계 곳곳의 공항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인권침해현상에 대해 최근에는 이러한 송환대기자들의 공항에서의 강제 인신구속이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결정이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영화 ‘터미널’에서 일어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면 참 허탈한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코미디 같은 상황이 영화에서의 설정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말입니다. 영화와 다른 것은 결론입니다. 영화 터미널에서 결과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나 현실세계에서 공항의 송환대기자들은 대부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장기간 공항에 체류하다가 강제출국당하는 것이 실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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